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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성훈의 언플러그드] KBO와 메이저리그 수준 차이는 지구와 달의 거리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가 한창 주가를 올릴 때 필자는 지인으로부터 김연아와 일본의 ‘자존심’ 아사다 마오의 수준 차이는 어느 정도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일본인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김연아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수준이라면 아사다 마오는 마이너리그 수준이라고 답해주었다.

그들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누가 보더라도 그 차원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김연아의 연기는 선이 굵은 반면, 아사다 마오의 그것은 어딘가 모르게 단조롭다는 인상을 준다. 또 김연아는 군더더기 없이 물 흐르듯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럽게 스케이트를 탄다. 그러나 아사다 마오의 움직임과 점프는 무언가에 걸린 듯 매끄럽지 못하고 딱딱하다.

스포츠에 대해 문외한인 그 지인의 질문은 이어졌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수준은 얼마나 차이 나는가? 지구와 달 거리만큼이라는 게 필자의 답이었다. 약 38만 4,400km이니 참 멀다. 그 만큼 차이가 많이 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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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수준은 아마도 지구와 달의 거리쯤?



일일이 열거할 필요 없이,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두 리그의 수준 차이는 엄청나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두루 경험한 선수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한결같다. 필자 역시 메이저리그 경기와 마이너리그 경기를 다년간 보아온 터여서 그 차이를 잘 알고 있다.

지인의 질문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KBO와 메이저리그의 수준 차이로 옮아갔다. 통계를 좋아하는 필자는 세이버메트릭스에 근거하며 두 리그를 비교해주었다. 세이버메트릭스는 야구를 퉁계학 또는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야구 전문가들이 즐겨 쓰는 방법이다. 기록만으로 마이너리그의 수준을 구분하기는 무리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이 방법이 그나마 가장 객관적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이 세이버메트릭스에 따르면, KBO 리그 수준은 투수의 경우 미국 마이너리그 더블 A 수준이며, 야수 역시 더블 A에 불과하다. 야수의 수비력은 타력에 비해 더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KBO 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차이를 지구와 달 거리에 비유해도 크게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필자의 설명에 그 지인은 크게 반발했다. 올림픽에서도 우승했고, WBC에서도 준우승까지 한 우리나라 야구가 어떻게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단기전과 장기전의 차이 때문이다. 아무리 약한 팀도 강한 팀과 싸워 열 번 중 세 번은 이긴다는 게 프로야구계에서는 상식으로 되어 있다. 올 시즌 신생 팀 kt의 승률은 3할대였다. 올림픽에서 우승했으니 리그 수준 역시 당연히 높아야 한다는 논리대로라면,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한국의 K리그는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과연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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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류현진, 강정호 같은 선수들은 그럼 무엇이란 말인가? 지인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이에 대한 답 역시 간단하다. 리그 수준을 류현진과 같은 아웃라이어 하나로 측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고 해서 KBO 리그가 메이저리그와 비슷한 수준일 수는 없다. 축구의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었다고 해서 그가 우리나라 K리그 수준을 대표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최근 류현진과 강정호의 성공 사례에 힘입은 KBO 리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노크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롯데의 손아섭과 황재균, 넥센의 박병호, 그리고 두산의 김현수 등이 다음 시즌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KBO를 거쳐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오승환과 이대호 역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메이저리그를 노리는 선수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마음속에는 자신들도 류현진과 강정호만큼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아마추어와 프로 등 많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중 성공한 케이스는 그리 많지 않다. 실패해서 유턴하는 경우가 더 많다. 윤석민(기아)의 경우는 뼈아프다. 막연하게 “나도 통할 것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갔다가 1년 만에 사실상 퇴출되지 않았던가.

세이버메트릭스 분석에 의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트리플 A 수준인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도 성공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일본 간판 야수 출신들은 줄줄이 망가졌다.

동기가 순수한 도전이라면 얼마든지 가도 좋다. 연봉이 얼마든,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든, 또 메이저리그 입성에 몇 년이 걸리든 상관하지 않는다면 가도 좋다. 그러나 돈 때문이라면 안 가는 게 좋다. 모두가 추신수 같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한국, 미국, 일본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구대성이 어느 TV 프로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쉽더라고요. 일본, 미국 선수들을 상대하다가 한국 선수들과 상대하니까 너무 쉬운 거예요.” 국제대회에서 일본 몇 번 꺾었다고 KBO리그가 일본 리그와 대등하다고 착각하지 말라. 류현진과 강정호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는 지나친 낙관은 버려라.

그렇다고 KBO 리그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KBO 리그 수준도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됐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구에서 달에 가는 거리만큼 메이저리그는 KBO 리그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 KBO가 진화하는 만큼 메이저리그 역시 발전하고 있다. 마이너리그에만 수백 개의 팀이 있는 미국 야구 환경은 한국의 그것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던 ‘특급’ 투수 김광현과 양현종에게 제시한 포스팅 금액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미국에는 그런 선수들이 널려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Sean1961@naver.com

*필자는 미주 한국일보와 <스포츠투데이>에서 기자, 체육부장 및 연예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스포테인먼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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