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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단순한 2연패가 될 것인가, 남은 26경기를 위한 값진 2연패가 될 것인가
2일 경기결과: 삼성 라이온즈 13-0 NC 다이노스 (6회 강우콜드패)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삼성 2연전을 이렇게 표현했다. 리그 1,2위 팀의 대결. 더군다나 1-2위 간 승차가 단 1.5게임이었기에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컸다. 만약 우리가 2연승을 한다면 7월 14일 이후 오랜만에 리그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마침 1차전과 확장엔트리 일자가 겹치며 양 팀은 대대적인 전면전을 준비했다.

전면전에 대한 예상은 낙관적이었다. 2연전 선발투수가 스튜어트와 해커였다. 그 어떤 상대와 붙어도 밀리지 않는 최고의 조합이었다. 슬럼프에 빠졌던 테임즈가 살아났고 김종호도 부상에서 돌아왔다. 8월 19승을 거둔 상승세도 있었다. 마지막 맞대결(8월 21일)에서도 완승을 거뒀기에 자신감도 있었다.

아쉬웠던 1차전, 안쓰러웠던 2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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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가 삼성의 적수가 되기에 충분한 강팀이 됐음을 보여준 이종욱의 동점홈런.[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1차전은 총력전이었다. 우리는 야수 19명 중 16명을 기용하고 투수도 8명이나 투입했다. 삼성도 야수 18명 중 15명을 출전시키며 물러서지 않았다. 공룡군단들의 표정이나 눈빛에선 ‘오늘 경기 꼭 이긴다’라는 전의가 느껴졌다.

경기내용은 우리에겐 비극, 상대에겐 희극이었다. 출발은 우리가 더 좋았다. 2회말 ‘절친듀오’ 이종욱이 1타점 중전적시타, 손시헌이 좌월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앞서나갔다. 하지만 삼성은 강팀이었다. 4,7회초 1점씩 내며 쫓아오더니 8회초 박해민의 역전적시타, 9회초 이승엽의 투런 홈런으로 달아났다. 9회말 이종욱의 소름끼치는 동점 스리런 홈런으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지만 10회초 박해민의 빠른 발을 막지 못해 분패했다.

2차전은 변명할 여지가 없는 대패였다. 삼성은 살짝 불어온 순풍을 제대로 탔고, 우린 상대의 흐름에 휘말렸다. 삼성은 우리가 자랑하는 ‘전력질주’로 첫 순풍을 스스로 만들었다. 1회초 1사 후 나바로가 3-유간 깊은 곳에 타구를 보낸 뒤 전력질주했다. 손시헌은 이를 매끄러운 동작으로 처리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내야안타가 됐다. 느린 그림으로 봐야만 제대로 알 수 있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이후 최형우가 우중간 안타를 치고 박석민이 좌측담장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을 때리며 기선을 잡았다.

삼성의 두 번째 순풍은 실투였다. 이날 해커의 제구는 좋은 편이었다. 바깥쪽 직구도 좋았고 너클 커브의 위력도 좋아보였다. 1회 맞은 홈런은 해커의 부족함보다는 박석민의 타격 기술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2회엔 공 7개로 세 타자를 깔끔히 돌려세우며 페이스를 회복했다. 문제는 3회 실투. 2사 1,2루에서 박석민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며 만루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찬스에 강한 이승엽과 채태인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았다. 거기에 이지영도 가세하며 4점을 내줬다. 결국 기울어진 추를 되돌리지 못한 채 13점차 대패를 당했다.

냉정함의 차이가 불러온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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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트는 상대의 집중견제 속에서도 제몫을 다했다. [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타자들의 냉정함이 1,2차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1차전에 삼성과 처음 만나는 스튜어트를 내세웠다. 150km대 강속구는 물론 다양한 구종을 가진 스튜어트를 처음보는 타자들이 공략하기란 상당히 힘들었다. 하지만 삼성 선수들은 이를 직시하고 전략을 바꿨다. 정타를 노리는 대신 정확한 타격과 커트로 스튜어트를 공략했다. 5회까지 들어선 타자 23명 중 9명이나 6구 이상을 던지게 만들었다. 특히 박한이-박해민은 1회부터 17구를 이끌어내며 동료들이 스튜어트의 공을 많이 볼 수 있도록 했다. 결국 타순이 한 바퀴 도는 3회부터 안타가 나오기 시작했고 5회 만에 108구를 던진 스튜어트를 내려 보냈다.

반면 공룡군단은 냉정함이 조금 부족했다. 특히 2회 선취점을 낸 이후 추가점을 내야할 상황에서 너무 조급한 모습이었다. 3회부터 8회까지 6구 이상 버틴 타자는 단 4명뿐이었다. 2구 이내에 배트를 내민 선수는 6명이나 됐다. 물론 이날 장원삼의 제구가 너무나 좋았기에 느긋이 공을 기다릴 수 없었다. 하지만 삼성이 그랬던 것처럼 커트를 하며 장원삼을 괴롭힐 순 있었다. 더구나 스튜어트가 매 이닝 상대의 끈질긴 승부에 피로해 하는데도 우리 타자들은 빠른 승부로 쉴 틈을 만들어 주지도 않았다.

스튜어트의 빠른 교체는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김경문 감독은 필승을 위해 불펜투수들을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불펜이 5실점하며 무너졌고, 연장에 돌입하며 남아있던 대기투수 민성기와 박진우까지 모두 기용했다. 불펜에 상당한 과부하가 걸렸기에 2차전 선발투수 해커가 무조건 긴 이닝을 막아 줘야하는 상황이었다.

문제가 생겼다. 해커가 1회부터 석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상대 선발이 에이스 윤성환이었기에 빨리 맞불을 놔야했다. 그래서 과감한 작전을 썼다. 2회말 이호준과 이종욱의 연속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다음 타자 손시헌은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려는 듯 번트모션을 취했다. 그런데 3구째에서 갑자기 강공으로 전환하며 더 큰 기회를 노렸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며 병살타가 되었고, 지석훈도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무사 1,2루 기회가 허무하게 날아갔다. 아쉬움은 3회초 삼성의 모습을 보며 더욱 커졌다.

삼성은 안타를 치고나간 선두타자를 안전하게 희생번트로 득점권에 보냈다. 이후 3연속 적시타로 선두타자는 물론 후속타자 3명까지 홈으로 불러들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후 김경문 감독은 김태군, 손시헌, 해커, 이종욱을 교체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시즌 N팀보다 C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구원투수 손정욱과 박진우는 물오른 삼성타선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우린 뼈아픈 2연패를 당했다.

리그 1위는 고사하고 두산에게 쫓기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이번 2연패는 남은 26경기를 위해 지불한 피 같은 과외비다. 순위싸움이 치열해지는 마지막 한 달은 완벽한 승리를 거두기 힘들다. 6개월 동안 서로가 가진 장단점을 이미 다 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턴 누가 더욱 집중하느냐, 누가 상대의 약점을 더 잘 파고드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삼성이 그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몸소 보여줬다. 단지 아프기만 한 2연패가 될지, 더 나은 경기를 위해 지불한 값진 2연패가 될지는 남은 26경기에 달렸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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