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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은중독의 편파야구 Just For Twins!] 허술한, 너무나도 허술했던 자이언츠
24일 경기 결과 : LG 트윈스 6 - 5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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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평균자책점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트윈스의 막강 불펜진. 24일 이들이 더 자랑스러졌다.

INTRO - 가장 오래 우승을 못한 두 팀
정말 야구를 잘 해야 하는데, 그다지 야구를 잘 하지 못하는 두 팀이 만났다.
트윈스와 자이언츠. KBO 9개 구단 중 가장 극성스런 팬을 가진 두 구단이다. 두 팀의 팬들은 KBO 역사상 단 두 번 있었던 ‘한 팀 올스타’를 만들어 낸 주역(?)들이다. 자이언츠는 2012년 동군 올스타 10명을 전원 자신의 팀 선수로 채웠다. 트윈스는 완성도가 더 높다. 구원투수 부문이 신설돼 정원이 11명으로 늘어난 2013년 서군 올스타 11명 전원을 트윈스의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으로 물들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팀은 KBO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못 한 두 팀(신생팀 NC 다이노스와 넥센 히어로즈 제외)으로 남아 있다. 1992년을 끝으로 우승 트로피에서 멀어진 자이언츠는 무관의 기간을 21년 동안 이어왔다. 그보다는 낫지만 트윈스도 1994년 이후 19년 동안 우승 트로피를 손에 쥐지 못했다.

한국 프로야구는 대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수십 억 원의 적자가 뻔한 구단 운영을 이들 대기업이 놓지 않고 있는 이유는 프로야구가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는 것도 성적이 날 때 이야기다. 최근 한 신문이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비호감 기업이 어디인지를 물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한화가 비호감 기업 5위에 올랐다. 재미있는 것은 한화를 비호감 기업으로 선택한 응답자의 다수가 그 이유를 “야구를 못해서”라고 답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모름지기 안 하면 몰라도 일단 하고 있다면 야구를 잘 해야 한다. 야구를 못하면 야구가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는커녕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깎아 먹기도 하는 것이다.

필자는 롯데도 프로야구를 통해 이미지를 높였는지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부산 팬들 중에 “자이언츠는 응원하지만 롯데는 싫다”고 말하는 팬들을 여럿 봤기 때문이다. 이것이 21년 동안 우승을 못한 탓이 아닌지 롯데는 한 번 잘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트윈스도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올해가 지나가면 트윈스의 무(無) 우승 행진도 20년이 된다. 대기업들이 돈 쓰고 욕먹기 싫으면, 제발 야구부터 좀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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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말 뼈아픈 실책으로 동점을 헌납한 롯데 3루수 황재균. 24일 롯데는 LG를 상대로 누가 더 못하나 경쟁에서 이겼다(?).

이 경기의 포인트 - 누가 더 못하나?

트윈스가 잘 해서 이긴 경기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트윈스는 요즘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 우리가 잘 해서 이겼든, 상대가 못 해서 이겼든, 누구 말마따나 우주의 기운이 LG를 중심으로 돌아서 이겼든,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것이 최근 트윈스의 처지다.

그런데 이날 상대한 4강 경쟁 상대 자이언츠는 생각 외로 너무 허술했다. 하도 자이언츠의 하반기 성적이 안 좋다 안 좋다 해서 어느 정도인가 싶었는데 24일 시합은 심해도 너무 심했다. 1회 손주인의 2루타도 사실 2루타가 될 타구가 아니었다. 4회 이병규의 1루 베이스를 타고 흘렀던 타구도 웬만해서는 3루타가 되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압권은 8회초였다. 대타 큰 이병규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 붙은 무사 1, 2루. 트윈스의 클린업트리오 중 3, 4번은 허무하게 삼진과 인필드 플라이로 물러났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날 트윈스도 잘 한 시합이 결코 아니었다. 4회초 박경수의 버스터 실패와 5회말 손아섭을 거르고 최준석을 상대해 2타점 적시타를 맞은 것 등, 이날 트윈스는 복기해야 할 것 투성이었다.

다시 8회초로 돌아와 2사 1, 2루. 5번 이진영의 내야 안타로 만루가 됐지만 타석에는 경험이 적은 채은성이었다. 그런데 채은성의 타구를 잡은 3루수 황재균이 어이없이 1루에 악송구를 해 동점을 만들었다. 게다가 자이언츠의 클로저 김승회는 LG 타선 중 가장 약한 8, 9번 타자에게 잇따라 볼넷을 내주며 밀어내기로 결승점을 헌납했다. 이날만큼은 못하기로는 ‘뛰는 트윈스 위에 나는 자이언츠’였다.

상대가 그렇게 이기기 싫다고 나오는데, 이걸 받아먹지 못하면 말이 안 된다. 24일의 자이언츠는 허술해도 너무 허술했다. 트윈스는 역전 이후 필승 불펜을 원활히 가동시켜 자이언츠를 물리치고 승리를 지켜냈다.

최고의 멤버 - 이 자랑스러운 불펜들!
이날 트윈스 팬의 눈을 즐겁게 한 것은 하반기 ‘리그를 씹어 먹고 있다’는 막강 불펜이었다. 실로 환상적이었다. 3점차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2와 3분의 1 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추격조 윤지웅과 임정우. 8회말 무사 1루에서 두 타자를 깔끔히 처리한 이동현. 마지막 두 타자를 훌륭하게 막은 클로저 봉중근 모두 대단했다.

하지만 압권은 8회말 2사 1, 2루 위기에서 등장한 정찬헌이었다. 풀카운트까지 몰린 상황에서 과감하게 변화구를 던져 삼진을 잡아내는 모습. 그리고 9회 무사에서 한 방이 있는 대타 강민호와 역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다시 한 번 배짱 있는 변화구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는 모습. ‘멘탈 갑’으로 불리는 정찬헌 다운 투구였다.

이 환상적인 불펜을 어디에 자랑을 해야 할지 실로 고민스럽다. 하반기 트윈스는 모두 14번을 이겼는데, 그 중 11번은 뒤지고 있던 경기를 뒤집은 승리였다. 이것이 바로 막강 불펜의 힘이다. 이들 불펜의 눈부신 역투가 있기에 트윈스의 7, 8, 9회는 아름답다. 자랑스럽다. 오늘 승리의 고마움을 역투에 역투를 거듭한 훌륭한 불펜진에 바친다.

*수은중독 :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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