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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받는 아이들] ① 아동이 위험한 대한민국, 반복되는 학대 왜 못 막나

  • 기사입력 2019-01-1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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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정부가 ‘아동이 안전한 나라’ 실현을 위해 조직 개편에 나섰다. 바꿔 말하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아동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8월 사망한 학대 아동은 20명이었으며, 2017년에는 38명의 아동이 학대 끝에 이른 생을 마감하는 비극을 맞았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아동 감소 현상이 지속되는 반면 학대 피해 아동은 증가하고 있는 점은 분명 아이러니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아동학대의 실태를 조명하고 더는 상처받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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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2019년 1월 1일 네 살배기 아이가 짧은 생을 마감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이는 사망 당일 새벽 바지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화장실에 감금됐다가 변을 당했다. 부검 결과 아이의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경찰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친모에게 학대당한 정황을 포착했다. 친모는 경찰에 생전의 아이 뒷통수를 프라이팬으로 톡톡 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문제의 프라이팬이 찌그러진 정도 등을 고려했을 때 경찰은 아이의 사망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가 친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아이의 친모는 자녀들에게 학대를 가했다는 의심을 받아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찰 대상’ 목록에 오른 상태였다.

새해 첫 날부터 최악의 아동학대 사망 사건 소식이 씁쓸함을 자아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 25명의 아동이 학대받다 숨졌다. 최종 집계가 오는 9월에 완료됨에 따라 실제로는 25명의 이상의 아동이 학대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앞서 2017년에는 38명, 2016년에는 36명의 아동이 학대 끝에 눈을 감았다. 2001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 수가 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우리 사회 아동학대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 집·학교 안전치 않아… ‘꿈’ 인질삼아 당한 학대까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2017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전국 60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사례는 3만4169건이다. 그 중 기관의 조사를 거쳐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건은 무려 2만2367건으로, 가정 내 학대(80.4%)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안전한 보금자리여야 할 집이 어떤 아동들에게는 지옥만큼 무서운 곳이었으리라는 뜻이다. 이 외에도 아동학대는 어린이집·학교·유치원·복지시설 등 어느 곳에서나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만 놓고 봐도 셀 수 없이 많은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됐던 바다. 생후 2개월 된 아이를 목욕 시키다 화상을 입히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부모, 허락 없이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원생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한 아동양육시설장, 다섯 살짜리 아이들을 때리고 CCTV 기록을 삭제해 완전범죄를 계획했던 유치원 교사 등. 인면수심 가해자들의 만행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통계나 보도가 ‘신고된’ 건에 한해 정리된 결과라는 것이다. 위력에 의해 학대받은 아동들은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게 곪은 상처들이 최근 잇달아 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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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BS 뉴스화면)



빙상계 스타 심석희 쇼트트랙 선수가 그 선두에 섰다. 지난해 조재범 전(前) 코치로부터 7년간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다. 심 선수에 따르면 폭행이 시작됐을 당시 그의 나이는 만 14세에 불과했다. 충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조 전 코치에 대한 추가 고소장을 낸 심 선수는 이를 통해 만 17세부터 성폭력에 시달렸음을 털어놨다. 그런가 하면 유도선수 출신의 신유용 씨도 미성년자의 나이에 고등학교 유도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처럼 아이들의 ‘꿈’을 인질삼은 ‘스승’들의 학대는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10대 청소년들로 구성돼 ‘영재 밴드’라는 별명을 얻었던 더 이스트라이트 리더 이석철과 막내 이승현이 담당 프로듀서의 학대를 폭로하며 팀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석철은 학대 피해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가해자로 지목한 문영일 프로듀서에게 “상습적으로 맞고 부모님께 말하면 죽인다는 협박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석철은 “지속적인 아동학대, 인권유린을 당했다”며 “리더로서 동생들이 당한 상처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 두렵지만 기자회견을 열었다. K팝 신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갑을관계·인권유린·아동학대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 이스트라이트의 소속사 미디어라인은 문 프로듀서의 과한 체벌은 시인하면서도, 임원진의 방조·방관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문 프로듀서는 상습폭행등의 혐의로 이달 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속 기소됐다.

■ 아동학대 공통점은 ‘상습적’ 폭력… 왜 막지 못했나

위의 아동학대 사례와 피해자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한 가지 공통된 사항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학대가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 중 2017년에 다시 신고접수돼 아동학대사례로 판단된 사례는 총 2160건이었으며, 이로 인해 피해입은 아동은 1859명이었다.

국내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최초 신고 접수 및 아동학대사례로 판단되었을 시 적절한 대응이 이뤄졌다면 재학대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동학대 해결을 위해 일하는 현업 종사자들은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아동학대 발생 빈도에 비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근무여건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지난해 상담원들이 수행한 업무 총량을 산출한 결과는 288만6071시간이었다. 전체 상담원 수는 749명. 1인당 3853시간 분량을 일한 셈이다. 이에 아동보호전문기관 연간 업무처리 소요시간 및 1인당 실질 연간 가용 근무시간을 적용하여 현실 타당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적정 인력규모를 추정해보면 현재 상담 인원의 2배 가까운 1472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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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이에 정부가 나섰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응하고 예방 정책 추진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15일 공포된 ‘보건복지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에는 인구정책실 인구아동정책관 산하에 아동학대대응과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기존 인구아동정책관 아동권리과 소속이었던 아동학대대응팀을 아동학대대응과로 격상하고 인력도 5명에서 10명으로 2배 늘린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합동점검 및 아동학대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상시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중대 아동학대사건은 수사 과정부터 관리·점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지방자치단체 협조), 여성가족부(부모 교육), 경찰청(수사 협조) 등 관계부처에서 1명씩 총 3명을 파견한다는 설명이다.

■ 아동학대 근절, 정부만 나선다고 가능한 일 아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첫 발을 뗐다. 그러나 정부만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도 노력해야 할 일이 분명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2017 전국아동학대현황 보고서’를 통해 1년간 아동인구 1000명 당 피해아동 발견율을 산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평균 피해아동 발견율은 2.64%였다. 아동의 경우 직접 피해 사실을 고발하거나 신고하는 행위가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는 첫 걸음인 ‘발견’의 비율이 낮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또한 이는 전문가들이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주위 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꼽는 이유가 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아동학대 예방&대처 가이드’(푸른들녘)를 출간한 이보람 변호사는 “우리 사회에는 폭력이 만연해 있다. 그리고 폭력을 감지하는 사회적 민감성 또한 점점 감소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아동·청소년에 대한 폭력, 또는 학생들과 관련이 있는 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오히려 심각해지는 경향은 어찌 보면 위와 같은 상황과 맥락이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과재와 더불어 약자에 대한 배려나 타인에 대한 공감, 이를 아우르는 법치주의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쉽사리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또 “아이들은 단순히 ‘보호받을 대상’이 아니라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날 권리’가 있는 존재”라며 “아이들에게 잔인한 폭력을 가한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가해자만 처벌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렇게 심각한 폭력문제는 일부의 노력만으론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경찰관이나 공무원, 교사들이 먼저 살펴야 하는 일일 수 있지만, 그들의 노력만으로는 폭력이 사라지진 않는다. 우리 모두가 이웃 아이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호자가 극심한 가난이나 정신적인 고통,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도움을 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법령에서 규정하는 ‘사회적 책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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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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