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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서트;장(場)] 아이유, 우울한 아이가 노래로 그린 스물 넷의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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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일명 ‘3단 고음’을 내지르며 대중을 놀라게 한 어린 소녀는 어느 덧 스물 넷 어엿한 숙녀가 됐다. 낯가림도 심하고 가진 것도 없었던 그녀는 성장통을 겪고 제법 단단해졌다.

가수 아이유의 이야기다. 아이유는 3일과 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스물네 걸음: 하나 둘 셋 넷’을 열고 자신이 지나온 세월을 3000여 팬들과 공유했다. 아무도 모르는 여성 솔로 가수 아이유가 모르면 이상할 정도의 가수가 되기까지는 분명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울하고 낯가림 심한 아이였다. 가난하고 혼자 꿈꾸는 시간을 좋아했다. 그래서 불편한 막내였다. 회사에서도 숙소에 방을 혼자 줄 정도였다. 내가 허투루 살고 있는 것 같고, 돌아갈 곳도 없는 것 같고. 그 때부터 일기 쓰는 걸 시작했다. 거창한 내용이 아니라 단 한 줄이라도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필요했다. 얼마 전 일기장을 넘겨보는데 이런 말이 쓰여 있더라. ‘따뜻한 곳에서는 나도 같이 따뜻해지면 좋을 텐데. 이상하게 그 온기가 나를 더 춥게 만든다’”

2008년 데뷔한 16세 소녀 아이유는 자신보다 키가 큰 기타를 연주하며 싱어송라이터를 꿈꿨다. 기타를 둘러메고 나온 아이유의 모습은 사실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수준급 기타 연주로 음악 마니아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고 귀엽고 앳된 외모에 잘 어울리는 노래들로 스타덤에 올랐다. 급작스럽게 스타덤에 오르면서 성장통도 함께 겪었다.

“음원이 다 잘 됐지만 그걸 만끽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폄하했다. 나를 미워해서 집에만 숨어 지냈다. 자신이 없어서 방송도 못하고 미움의 원천이 뭔가 생각했다. 그러나 몸이 이상해지는 거다. 먹는 게 조절이 안 되고 잠이 안 왔다. 그렇게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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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뼈아픈 성장통이지만 아이유는 담담하게 자신의 아픔을 팬들과 공유했다. 또 앨범으로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담아내기도 했는데 그게 바로 ‘챗셔’였다. 아이유가 처음 전체 프로듀싱을 맡은 앨범이기도 하다. 첫 프로듀싱 앨범이기에 분명 투박하고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아이유에게 이 앨범은 단연코 아픈 손가락이었다.

성장통을 이겨 내기 위한 들춰낸 자신의 속내. 그런 앨범 ‘챗셔’를 통해 또 한 번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여전히 인기를 끌긴 했지만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모티브로 삼은 수록곡 ‘제제’가 5세 소년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시비에 휩싸이기도 한 이 앨범으로 아이유는 홍역을 치렀다.

“정말 좋아하는 앨범이라서 꼼꼼히 들어준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나란 사람을 꼼꼼히 봐주는 것과 다름없다. 데뷔 이후 요즘 내 모습이 가장 좋다. 9년 만에 사랑을 토해내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오래오래 활동하고 싶다”

콘서트가 열린 4일은 아이유의 데뷔 3000일이었다. 올해 앨범 활동이 없었음에도 3, 4일 양일간 총 7000명을 끌어 모은 아이유는 ‘싫은 날’ ‘미아’ ‘너의 의미’ ‘소격동’ ‘제제’ ‘섬데이’ ‘더 드리머’ 등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후 그는 ‘부’ ‘마쉬멜로우’ ‘레옹’ ‘금요일에 만나요’ ‘좋은 날’ ‘푸르던’ ‘마음’ ‘있잖아’ 등으로 특유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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