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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목! 이 드라마] '공항가는 길', 내재된 욕망을 건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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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튜디오 드래곤)


[헤럴드경제 문화팀=장영준 기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 속에 꿈틀거리는 욕망이 존재한다. 차마 드러낼 수 없어 단단히 숨겨두어야만 하는 그 은밀한 욕망은 끄집어내는 순간 모두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 그러한 욕망에 사로잡혀 스스로 인생을 망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인간의 내재된 욕망을 건드린 드라마가 있다. KBS 2TV 수목드라마 '공항가는 길'이다. 불륜을 미화한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시청률은 순항 중이다. 극중 두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불륜이라고 느낄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풋풋한 첫사랑의 느낌마저 선사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판결 이후 방송가에서는 더 이상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쓰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불륜을 아름다운 로맨스로 포장한 드라마들이 속속 등장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났다. 불륜이 죄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드라마 속 유부남 유부녀 커플이 나누는 은밀한 로맨스는 여전히 묘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극적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공항가는 길'의 서도우(이상윤)와 최수아(김하늘)가 그리는 로맨스 역시 이러한 묘한 긴장감 속에서 설렘을 유발하고 있다. 이는 곧 드라마를 통한 내재된 욕망의 표출, 그러니까 외도에 대한 막연한 판타지를 건드려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 역시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뜻하지 않게 딸을 먼 타지로 홀로 보내고 마음 아파하는 수아에게 도우는 한 줄기 빛처럼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수아 역시 딸을 잃고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는 도우에게 기꺼이 위로이자 안식처가 돼 줬다. 자연스레 서로를 의지하게 된 수아와 도우는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어떤 감정의 일렁임을 느꼈다. 그 순간 수아는 왠지 모를 불안함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이처럼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게 된 데는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이 처한 답답한 현실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도우는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아내로 인해 답답해하고 갑자기 세상을 떠난 딸 때문에 끝없는 그리움에 빠져들고 있다. 수아는 사랑스러운 딸과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무뚝뚝하고 독단적인 남편의 행태에 불만을 갖고 있다. 여기에 월급을 요구하는 시어머니까지. 두 사람 모두 이런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친구도 연인도 아닌 '3無 관계'라는 요상한 이름까지 붙여가며 관계를 이어나가기로 한다.

이제 막 극 초반을 지나고 있는 '공항가는 길'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수아와 도우가 어떤 결말을 맞을 것인가에 쏠려 있다. 문제는 두 사람이 감정과 이성 중 어떤 선택을 하든 모두 안타까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들의 결정에 두 가정이 파탄에 이를 수도 있고, 누구보다 잘 어울림을 자랑한 한 커플이 서로를 가슴에 묻은 채 평생을 지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각자가 원하는 결말이 있겠지만 감히 '공항가는 길'의 끝을 함부로 상상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두 사람의 사랑이 충분히 아름답고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닐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그리고 두 사람의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춰 '공항가는 길'을 즐긴다면 어떤 결말이 그려지더라도 시청자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기억될 작품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jjuny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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