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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게이션] ‘대결’, 투박하지만 그래서 솔직한 감성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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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문화팀=김재범 기자] 의미를 부여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어떤 장면에 어떤 이유를 붙여서 감독 의도와 메시지를 재단하고 판단하고 추측하는 작업이 큰 의미가 있을지를 고민한다. 영화 자체 완성도가 어떤 기준점에 의해 매겨지는 성적표라면 할 말은 단 한가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B급’ 오마주의 잔상이란 표현이 적절할 듯하다. 하지만 어떤 작품이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을 쓰고 집중하면서 보면 의도는 뻔하다. 사실 어차피 지갑 속 만 원 짜리 한 장 꺼내들고 세상의 만사와 담을 쌓고 무의식 속 판타지 나래를 펼치는 두 시간의 행복을 누리자고 오는 극장 만찬 시간 아니던가.

신동엽 감독 ‘대결’은 이 기준점에 너무도 적절하게 맞춰진 핸드 메이드다. 흑수저와 금수저의 ‘그레이드 혈투’란 거창함을 굳이 따지고 들지 않아도 된다. 1980년대 홍콩 쿵푸 영화 액션 향수가 짙게 배어 있지만 그것조차도 거론할 필요성은 없다. 단순한 재미와 직진성이 보장된 최근 상업영화 개념에선 일종의 사생아 같은 느낌이다. 배제되고 지양되는 최근 트렌드와 반대된 그 느낌이 오히려 ‘대결’의 제목을 연상시키기고 차별성을 강조하는 좋은 무기가 됐다. 단순 명료하기에 힘이 넘치고 힘이 넘치기에 이 영화는 꽤 강한 맷집과 펀치력을 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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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한 줄 정리는 ‘리얼현피액션’이다. 액션이란 한 지점에 거의 완벽하게 특화성을 지닌다. 스토리라인 전체에 양념처럼 코미디가 뿌려져 있지만 단순하게 붙잡고 가자면 액션 단 한 가지에 집중한다. 물론 그 지점이 세련되고 멋들어진 점을 말하고 있진 않기에 다소 촌스럽고 또 부족한 지점으로 보일 수 있다. 그 점을 다른 말로 ‘B급’이란 정서로 풀어내자면 조금 무리가 따르겠지만 굳이 ‘대결’의 본질을 흐릴 단어 몇 가지를 거론할 필요는 없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지점은 크게 몇 가지다. 현실 세계 싸움 고수가 등장한다. 이들은 돈을 걸고 스포츠 형태를 취한 도박을 한다. 그 과정에서 삶과 죽음이 넘나들게 된다. 나오는 무술이 다양하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한 가지가 바로 취권이다. 홍콩 쿵푸 액션 장르 아이콘으로 불린 성룡의 분신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성룡에 대한 오마주와도 같은 설정의 강점은 ‘본듯한’을 넘어서 기묘한 쾌감을 유발한다. 원초적 육체 액션에 대한 풍미가 사라진 시대에서 ‘대결’의 취권은 극중 빛바랜 낡은 쿵푸 가이드 한 권처럼 쓰레기통에 처박힌 감성이다. 하지만 그 감성을 풍호(이주승)가 뒤늦게 알고 꺼내보는 장면처럼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사라진 추억은 부슬거리며 다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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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감성의 재발견이란 단어처럼 성룡의 취권에 기댄 리바이벌이 ‘대결’은 아니다.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던 ‘현피’에 대해 다시 한 번의 환기 그리고 ‘루저’란 단어가 대변하는 사회로부터 낙인찍힌 20대 취준생들의 생각 여기에 그들이 바라본 사회의 모습은 투박하지만 적나라한 면도 갖고 있다. 단순한 권선징악 구도가 ‘대결’의 스토리를 끌고 가는 동력이며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의 재생법이지만 중간 중간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대사와 표현 그리고 연기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압축과 은유는 원래부터 이 영화와 결코 어울리지 않는 지점이란 것처럼 직설적이다.

현란한 돌려차기와 화려한 테크닉이 겸비된 날라 차기도 없다. 그래서 이 영화가 자칫 아마추어리즘으로 보여 질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지점이 이 영화를 달리 보이게 만드는 지점이 아닐까. 영화란 판타지안에 갇힌 인물들이고 이야기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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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풍호와 그 반대편에 선 한재희(오지호)에 대한 캐릭터 개연성도 상당히 간결하다. 풍호의 사부 황노인(신정근)의 외모에 약간의 ‘헛웃음’이 품어져 나오는 외모적 개연성 실종이 조금은 아쉽지만 그것조차 ‘대결’에겐 미덕으로 보인다. 이 영화 속 유일한 억지(?) 설정이 될 수도 있겠다. 다만 황노인의 맛깔난 음주 장면은 가히 살인적이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음주 권장 무비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성룡의 취권이 가져다주는 향수와 현실의 비판이 적절히 뒤섞인 투박한 블랙 코미디 그리고 지금은 비슷한 케이스조차 찾아보기 힘든 1970~80년대 홍콩영화계와 할리우드에서 활약한 한국계 무술 배우들의 사실이 적절하게 뒤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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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메이드에 대한 개념은 여러 가지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규모의 완성도가 있을 것이다. ‘대결’은 시네키드라면 그 어떤 명품 향수보다 더 진한 감성의 냄새다. 개봉은 오는 22일.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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