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재범의 영(映)터리] “우리는 이 영화의 속편을 원한다”
[헤럴드경제 문화팀=김재범 기자] 할리우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충무로 입장에선 ‘넘사벽’이나 다름없었다. 비교 불가능한 제작비를 기본으로 한 대규모 물량 공세는 사실 경쟁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문화적 차이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장르의 차별화가 할리우드와 비교 우위의 차이를 좁혀나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도 좁혀지지 않는 한 가지는 이른바 ‘프랜차이즈’ 영화의 증명이다. 마블로 대표되는 시리즈물이 활성화 된 할리우드에 비해 충무로의 그것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만약 등장만 한다면 ‘마블 유니버스’를 능가할 한국영화 ‘프랜차이즈’도 가능할까. 그 가능성에 무게를 둔 한국형 시리즈물의 확장성을 담은 히트작을 꼽아봤다.

이미지중앙
■ ‘검은 사제들’…“강동원은 진리다”


지난 해 극장가 비수기 11월 개봉해 무려 544만의 관객을 동원한 ‘검은 사제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증명한 수작이었다.

동양권 문화에서 이른바 ‘오컬트’(초자연적) 현상은 서양의 그것에 비해 좀 더 터부시되는 경향이 크다. 사후 세계에 대한 부정적 견해와 해석이 문화 전반에 깊게 깔려 있는 선입견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할리우드에서 만들어 진 걸작 ‘엑소시스트’ ‘오멘’의 비교 대상이 될 것이란 위험성을 감안한다면 한국형 ‘오컬트’의 진화는 무리였다.

하지만 ‘검은 사제들’은 이 모든 우려를 넘어섰다. 우선 544만의 관객이 응답했다. ‘12번째 보조사제’란 원작 단편의 탄탄함도 이 영화의 흥행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윤석 강동원의 케미가 극강이었다. 특히 강동원의 아우라는 이후 비교 불가의 대상이 됐다. 사제복을 패션쇼 캣워킹으로 만들어 버린 그의 극강 피지컬은 보는 재미만으로도 최고이자 최강이었다.

영화 마지막 강동원의 웃는 모습이 화면 속에 가득차면서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혹시라도 그 다음을 생각한다면 ‘검은 사제들2’의 출발이 무엇보다 기다려지는 이유가 바로 그 마지막 장면이다.

이미지중앙
■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손예진의 흥행 파워 다시 한 번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 ‘명량’이란 거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1761만이란 국내 영화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외에도 ‘군도’ ‘해무’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작이 즐비했다. 여름 영화이지만 분명 다른 작품에 비해 경쟁력에서 힘이 부치는 경향이 컸다. 첫 번째로 가벼움이었다. 두 번째가 주연 배우의 무게감도 떨어졌다. 세 번째는 ‘해적’이란 코드의 낯선 소재다. 하지만 이들 모두를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보기 좋게 부셔버렸다.

누적 관객 수 866만을 기록한 이 영화는 사극과 액션 어드벤처 그리고 코미디의 결합이란 혼합 장르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했다. 여기에 손예진과 김남길의 재발견이란 평가가 이뤄질 정도로 남녀 주인공 궁합지수도 높았다.

여름 흥행 시장에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보여 준 잔재미는 강펀치 한 방이 아닌 유효타의 잽을 날리며 차근차근 점수를 쌓아 올리는 아웃복서의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백미는 각각의 지점에서 폭발성을 지닌 조연급 배우들의 존재감이었다. 특히 ‘멀미하는 해적’ 유해진의 코미디 연기는 레전드로 불릴 정도다. 그의 극중 대사는 지금도 여러 예능 프로그램이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패러디의 단골 메뉴로 자리하고 있다.

‘해적이 된 산적’ 김남길이 다시 산적으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그리고 해적선의 여선장 손예진이 펼치는 산적 놀음이라면? ‘해적, 다시 산으로 간 산적’이란 제목으로 속편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이미지중앙
■ ‘부산행’, 프리퀄도 있으니 이젠 시퀄


국내 영화 시장에서 ‘부산행’의 의미는 남다르다. 우선 좀비란 소재를 사용한 방법의 차이가 ‘신의 한 수’ 급이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한 차례 유행이 지난 좀비를 100억대의 상업 영화에서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가 관건이었다. 두 번째는 이 소재를 재난의 장르로 풀어내면서 가져가야 할 현실성이었다. 국내 영화팬들이 유독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현실감’을 말한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전문 연출자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연출이란 점도 위험 요소였다.

하지만 이 모든 지점이 우려였다. 1100만이 넘는 관객이 들어섰다. ‘좀비’란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의 차이가 할리우드의 그것과 비슷했지만 분명히 달랐다. 현실성은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을 끌어 들여 대신했다. 누구든지 한 번쯤을 지나쳐 봤음직한 기차역 그리고 좁디좁은 KTX 공간을 활용해 낯선 느낌을 최대한 배제시켰다. 무엇보다 연상호 감독의 유려한 연출 스타일은 막강했다.

‘부산행’은 한국영화 시장에선 전례가 없는 세계관 공유가 이뤄진 작품이다. 이미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준비하면서 우연히 기획된 이 영화로 만루 홈런을 친 연상호 감독이다. 언론과 인터뷰에서 “‘서울역’이 ‘부산행’의 프리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부산행’의 마지막 살아남은 두 명의 캐릭터가 결국 부산에 도착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혹시 그 이후에 벌어질 얘기가 남아 있지는 않을까. ‘서울역’(프리퀄) ‘부산행’(본편) 그리고 시퀄에 해당하는 속편이 나온다면 관객들도 열광하지 않을까.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다음은 없다”고 못을 박은 상태다. 하지만 세상일은 어느 누구도 모르는 것 아닌가.

이미지중앙
■ ‘베테랑’ 1341만 영광 다시 한 번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은 앞선 3편의 영화와는 달리 속편이 분명하게 나올 영화다. 물론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감독 자체가 ‘속편’에 대한 생각을 분명히 밝혔기에 팬들의 기대감은 ‘기다림의 즐거움’으로 현재까지도 남아 있다.

지난 해 여름 시즌 개봉해 한국영화 역대 흥행 3위에 오른 ‘베테랑’은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재벌가 3세 조태오(유아인)의 대결을 그렸다. 과거 강우석 감독이 연출한 ‘공공의 적’ 시리즈와 포맷은 비슷하지만 분명 다른 느낌이 강했다.

법의 잣대로 모든 것을 해석하며 법이 증명하는 테두리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서도철과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이 세상을 바라보려는 조태오의 시각차는 극명했다. 관객들은 재벌가의 실제 사생활이 만들어 낸 비리와 사건의 연속성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이 영화는 상상력의 극대화가 이뤄졌지만 현실감이 넘치는 공감대로 다가왔다.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은 “속편이 나온다면 조태오보다 더 나쁜 놈을 등장시켜야 한다”면서 “속편을 구상 중이다”고 밝힌 바 있다.

덧붙여서 속편에선 ‘아트박스’ 사장님에 버금가는 또 한 명의 초강력 신스틸러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