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공동 주도한 연구팀이 ‘미일동맹 2020’ 보고서를 공표했다. 마이클 그린, 빅터 차, 실라 스미스, 로버트 매닝 등 미국 내 대표적인 아시아 정책통도 참가한 보고서는 일본이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대등한 동맹 파트너가 됐음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미·일 동맹이 중국에 대한 경쟁적 공존, 북한에 대한 억제와 봉쇄를 공동 실시해야 하며 경제·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을 심화하면서 특히 중국에 대응해 5G 등 분야에서 국제적 표준을 정립하는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아미티지와 나이는 20년 전인 2000년에도 미·일 동맹에 관한 보고서를 공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일본이 유럽에서 영국만큼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요한 국가가 되고 있으나 미·일 동맹은 미·영 동맹 수준으로 발전되고 있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대해 자위대 전력 강화, 집단적 자위권 용인, 미·일 간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과 정보 협력 확대 등을 정책과제로 제기했다. 그런데 20년이 경과한 시점 미국 외교안보전문가들은 일본이 비로소 대등한 동맹 파트너가 됐음을 인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국내외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할 아·태 지역 및 한반도 정책에 대한 전망이 분분하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 등이 밝힌 것처럼 신행정부는 동맹과 우방, 그리고 국제기구를 중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을 상당 부분 수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경쟁적 공존 정책의 일환으로 ‘민주주의를 위한 글로벌 정상회의’ 구상에 따라 아시아와 유럽 민주주의 국가들을 규합하는 플랫폼을 우선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아미티지와 나이 등이 초당파적 입장에서 작성한 ‘미일동맹 2020’ 보고서가 아·태 지역 정책의 골격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제안처럼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캐나다 등 5개 영어권 국가로 구성된 정보 공유 네트워크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일본을 참가시켜 ‘식스 아이즈’로 재편하는 등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아·태 지역 전략을 재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갈등과 대립을 겪어온 한국과 일본 간 협력 재개를 촉구할 가능성도 크다.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전략 변화를 염두에 두면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그리고 동아시아 역내 질서 안정화 등을 위해 한·미 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설계해야 할 것이다. 미 신행정부와 한반도와 동아시아 안보 정세에 관해 공동의 인식을 형성하고 전략적 목표를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정세에 대해서도 면밀히 평가하고 공동 평가를 바탕으로 향후 북한 비핵화와 대북 정책 방향에 대해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이 같은 정책 조정하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와 방식, 연합훈련 재개 여부, 향후 연합 지휘 체제 등을 풀어가야 할 것이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려는 글로벌 민주주의 정상회의, 혹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내년 영국에서 개최 예정인 G7회담에 한국 등을 초청해 ‘G10’으로 확대하려는 구상 등을 받아들여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네트워크에 적극 참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촛불혁명과 같은 국민의 요구로 성립된 현 정부인 만큼 우리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경험을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노력을 아낄 필요가 없다.
한반도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미 지한파 인사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공공외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나 경제발전 수준, 그리고 국제사회 평화와 안정을 위한 안보 협력 측면에서 한국이 미국과 대등한 동맹 파트너가 됐다고 평가하는 또 다른 미국 내 초당파 보고서가 공표될 날을 기대한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