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화학-개인 운송장비 선호
8월 충격 점차 회복세 불구
글로벌 경기둔화등 아직 여진
본격 상승추세엔 시간 걸릴듯
전형적인 수급장세다. ‘펀더멘털’이라는 나침반이 고장 났지만 여전히 시장 유동성은 풍부하다. 달라진 점은 그동안 수급을 주도하던 외국인 대신 국내 자금이 ‘키’를 쥔 데에 있다. ‘차화정’ 중심의 손바뀜이 두드러진다. 글로벌 경기가 더블딥을 피하고, ‘차화정’ 실적이 아주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손바뀜에다 그 뒤 이어질 ‘쇼트커버링(short covering)’까지 겹치며 이들 주가를 좀 더 위쪽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있다.
최근 반등을 이끄는 업종은 폭락을 유발했던 업종과 같다. ‘차화정’이다. 자동차는 실적이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화학은 실적이 좀 나빠져도 여전히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반등의 원동력이다. 외국인은 두 업종 모두 내다 팔았지만 화학은 기관이, 운송장비는 개인이 사들이고 있다. ▶그래프 참조
허필석 마이다스운용 대표는 “국내 자금은 재료를 ‘예측’해 투자하는 성향이 강한 반면, 외국인 자금은 재료를 ‘확인’한 후에 투자하는 성향이 강하다. 매도 시점이 문제지만, 만약 예측이 맞아떨어진다면 국내 자금의 수익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은 눈에 띄게 매도 강도를 약화시켰다. 그렇다고 매수도 아니다. 관망이다. 9월로 예정된 미국의 경기지표, 유럽의 국채 만기를 지켜본 후에 매수든, 매도든 태도를 분명히 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더 나쁘지 않다면, 그리고 유럽이 ‘부도’ 없이 만기를 넘긴다면 증시 최대 큰손인 외국인들의 귀환을 기대할 만하다. 8월 초 대규모로 이뤄졌던 공매도에 대한 쇼트커버링 가능성도 크다.
국내 수급도 긍정적이다. 영리해진 개인들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증시 주변에 잔뜩 돈을 모아놓고 있다. ‘충분히’ 환매가 이뤄진 투신권에는 새로운 기회를 노리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증시 하락으로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추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유럽발 신용경색 및 매크로 우려 등으로 주식 비중을 낮춰놓은 상황이라 최근 하락 완화 장세에서 주식 매수 압력이 더 클 것이다. 외국인 매도세가 완화된다면 투신권이 증시 방향성을 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기금의 주식 투자 여력은 늘 그렇듯 충분하다.
다만 이 같은 긍정적인 전망은 경기지표가 더 나빠지지 않고, 유럽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을 때에만 가능하다. 이미 양적 완화 카드를 다 써버린 상황이어서 글로벌 경제의 바닥은 너무나 취약하다. 쇼크가 나타난다면 글로벌 증시는 다시 패닉으로 빠져들 수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8월 급락 충격은 점차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경제지표 악화 및 기업 이익 감소로 이어질 여지도 아직 남았다. 본격적인 상승 추세 복귀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기관과 프로그램 매수세가 기대되는 낙폭과대업종 대표주에 관심을 두고 제한된 상승을 염두에 둔 단기 대응이 유효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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