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비중 지속상승 추세
주식→안전자산 이동도
워런 버핏이 마치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듯하면서도 안으로는 현금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만약 그가 정말 ‘표리부동’이라면 오마하의 ‘현인’이 아니라 오마하의 ‘꼼수’인 셈이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금융주 주가 반등과 부도위험 하락의 계기는 버핏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투자소식이 컸다. 그런데 최근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현금비중이 주식비중보다 배 이상의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비중은 1분기 16.4%에서 2분기 말 17.3%로 0.9%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현금비중은 10.9%에서 12.5%로 1.6%포인트나 높아졌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불거진 작년 1분기 말과 올 2분기 말을 비교하면 주식 비중은 15%에서 17%로, 현금 비중은 7.2%에서 12.5%로 변했다. 주식비중은 주가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금비중은 인위적인 투자판단이 필요하다. 올 3분기에는 주가 폭락과 BofA 투자가 반영된다. 주식과 함께 현금비중 변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버핏의 주식 투자가 일반적인 주식투자라기보다는 하나의 구조화된 투자상품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정 연구원은 “2008년 버핏이 골드만삭스에 투자할 때는 연 10%의 배당률을 보장받았다. 이번 BofA 투자에서도 연 6%의 배당수익률을 보장받고 있다. 일반 투자자의 주식투자와 크게 다르다. 온전히 주식에 베팅했다기보다는 일종의 안전 자산에도 한 쪽 발을 담그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길용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