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돈을 예치하면서 이자를 받기는커녕 수수료 성격으로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통화가 있다. 스위스 프랑화 얘기다.”
과거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에서 나타났던 ‘마이너스 금리’ 현상이 스위스 프랑화에서 일어나고 있다. 신뢰를 잃은 달러화와 유로화를 대신할 안전자산으로 스위스 프랑화가 급부상한 결과다.
주목할 것은 시장이 이를 용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 유주형 연구원은 지난 26일 ‘글로벌 자금 어디로 가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자금 수급 우려가 커진 유럽 은행들은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단기 거래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궁극적으로 프랑화가 절상돼 이익을 얻을 것으로 믿고 있다”며 “프랑화의 마이너스 금리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투자 세계에서 불고 있는 ‘스위스 프랑화 붐’을 통해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볼 수 있다. 선진국 펀더멘털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정책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자 자산 다변화를 위해 채권과 스위스 프랑, 일본 엔, 금 등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자산들이 선호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 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질리엔 테트는 최근 기고한 칼럼에서 “스위스 프랑이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영역에 진입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이런 현상이 초단기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에 놀라워하며, 선물시장 참여자들이 스위스 프랑 금리가 2013년까지 마이너스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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