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밀려 고전하던
삼성전자·LG전자 등
퇴진소식에 강한 상승세
“투자심리 개선 효과있지만
지나친 확대해석은 경계”
업황 개선여부가 최대 관건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IT주가 들썩이고 있다. 국내 증시가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강한 반등세를 시도하는 가운데 나온 잡스의 퇴진 소식은 그동안 애플에 밀려 고전해 온 국내 IT주를 자극해 시장 상승 에너지를 배가시키는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심리 개선 효과는 있지만, 지나친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단 심리적으로는 호재가 분명하다는 해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최대 약점은 애플이었고, 애플의 최대 강점은 잡스였기 때문이다.
백종선 현대증권 연구원은 “애플에 대한 잡스의 영향력이 일반 최고경영자(CEO)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업체에 긍정적인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임으로 지목된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잡스 이상의 것을 내놓기 전까지는 시장에서도 애플에 대해 마냥 신뢰를 보내지만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호재가 될지는 좀 두고 봐야 한다.
국내 IT 업체에 위협이 됐던 공격적인 특허정책, 신제품 출시 등이 지금 그대로 갈지 아니면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심리적으로야 긍정적일 수 있겠지만 애플이 어떤 경영전략을 가지고 가게 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잡스의 사퇴 자체만 가지고 평가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잡스가 회장으로서 이사회에 남아 후계구도의 연착륙에 나섰다는 점도 그의 CEO 사임을 무조건 호재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다.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삼성전자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사장으로의 후계구도 숙제를 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애플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는 잡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겠지만, 그렇다고 현존하는 애플 자체의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CEO가 바뀐다고 해서 한 번에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잡스 사임을 의미있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IT주가 의미있는 반등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수요회복이 먼저인데, IT 관련 지표는 여전히 악화 추세다. 밸류에이션이 금융위기 수준을 밑돌고 있지만 반등 수준 이상의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8월 들어 거시상황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유통재고 축소와 세트 및 부품 출하 둔화 동향이 감지되고 있다. 성수기 수요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IT주의 실적에 대해서도 보수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투자증권 송 연구원은 “지금은 글로벌 경기에 대해 신뢰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IT주의 실적도 예상하기가 어렵다. 실적을 살펴보고 가야 한다. 3분기에 이어 4분기 실적도 하향 추세를 이어간다면 주가가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상미 기자/hu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