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발 경제불안에
해외 투자자산 ‘U턴’
국내재정 악화까지 겹쳐
단기채권 이탈 불안감
증시 폭락에도 잘나가던 채권시장에 심상찮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강세를 이끌었던 외국인의 변심(變心)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국고3년물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와 거의 맞닿아 추가 하락 여지가 거의 없어진 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그동안의 환차익을 갉아먹을 처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럽과 미국의 경제 불안은 해외 투자자산의 ‘U턴’ 요인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최근 증권사 채권분석 보고서의 최대 화두는 외국인 태도 예측이다. 이달 초만 해도 원화채권이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면서 향후 유망할 것이란 분석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이탈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가장 먼저 가능성을 제기한 곳은 원화채권 글로벌 자산화를 선창한 동부증권이다. 신동준 투자전략본부장은 “최근 원화채권 매수 주체가 선진국보다는 신흥국 중앙은행 자금이 많은데, 이들은 글로벌 경기가 훼손될 경우 외환보유액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침체로 한국의 재정이 악화되고 이에 따라 원화자산의 안정성이 낮아질 경우 좀 더 안전한 자산을 보유하려 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원화채권을 내다팔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 본부장은 원화채권에 대한 외국인 매수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은 유지한 가운데, 글로벌 경제가 더블 딥으로 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를 가정한 원론적인 외국인 이탈가능성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외국인 이탈 환경까지 만들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정준 HMC증권 연구원은 “유럽계 은행발 신용경색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그동안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채권시장에서의 외인자금 이탈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외환시장도 불안해져 기존 차익거래의 평가손실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대매매를 통한 조기 손절매 가능성이 있다. 채권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외인자금 이탈에 따른 외화유동성 우려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신흥국과 글로벌 연기금의 한국채권 선호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 보는 관점에서도 단기적 불안감만은 숨기지 못하고 있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장기국채에 대해서는 글로벌 연기금이 매수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다. 하지만 3년 이하 단기물 시장의 큰손인 템플턴글로벌채권펀드 수익률은 벤치마크인 세계국채지수(WGBI)를 웃돌고 있다. 원화 강세가 실현될 경우 차익실현을 위해, 원화약세 전환으로 수익이 깎일 경우 3년 국채를 중심으로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채권수급 호조가 계속되며 기준금리(3.25%)에 바짝 다가간 국고 3년 금리(22일 종가 3.49%)가 더 내려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06년 10월과 2008년 4월에도 국고 3년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한 적이 있다. 따라서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두 차례의 금리역전은 단기적으로 소멸됐고, 당장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형편도 아닌 만큼 금리역전이 이어질 경우 외국인의 채권시장 단기 이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어 유의가 필요하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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