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發 위기에도 굳건한 獨·북유럽
90년대 공공부채 위기에연금 개혁·세제 개편 등
사회보장제도 대폭 수술
남유럽발 국가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이들 국가가 이번 위기에서도 국가신용등급의 변화 없이 견딜 수 있는 힘은 이미 효율적인 예방주사를 맞았기 때문이다.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90년대 초반부터 강력한 재정긴축과 복지제도 개혁에 공을 들여왔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이른바 ‘노르딕’ 국가들은 1990년대 초 공공부채 위기를 겪으면서 기회비용을 톡톡히 치렀다.
이후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복지지출을 조절하면서 이번과 같은 재정위기의 파고를 피할 수 있었다. 모두 국민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는 일이었다.
스웨덴은 연금 혜택부터 줄였다. 2001년 65세 이상에게 지급하던 기초노령연금 대신 소득에 따라 연금액을 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고령화로 인한 연기금 고갈에 대비해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성장 우선 정책을 펼치면서 상속세(2005년)와 부유세(2008년)를 잇달아 폐지했다. ‘일하는 사람의 부담을 던다’는 취지로 국민의 조세부담률도 10년 전의 56%에서 46.4%로 낮아졌다.
핀란드도 유럽연합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고령화함에 따라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공적연금제도를 개혁해 왔다. 2005년에는 파격적인 개혁안을 통해 기초연금에 치중해 온 연금제도를 소득비례연금의 비중을 높여 개선하고 있다.
노르웨이 역시 스웨덴의 연금개혁 방식을 수용해 수혜자를 10분의 1로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덕분에 북유럽 국가들은 금융위기에도 최고의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고 70%가 넘는 고용률로 유럽연합 평균을 웃돈다. 50% 이하의 낮은 국가채무비율에 -3% 이하로 낮은 재정적자도 유지하고 있다.
독일도 중장기적인 재정 안정을 위해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해왔다. 게르하르트 슈뢰더(1998~2005년 집권) 전 총리는 사회민주당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경기침체와 실업난 그리고 통독 후유증에 허덕이는 나라의 사회보장제도 수술에 나섰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나랏빚을 줄이기 위해 슈뢰더 총리는 우선 연금제도에 손을 댔다. 슈뢰더 총리는 2001년 5월 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연금 수령액을 소득의 60%에서 54%로 낮췄다.
2003년 3월엔 독일의 포괄적인 사회ㆍ경제 개혁정책인 ‘어젠다 2010’을 출범시켜 연금 수령액을 2030년까지 소득의 43%로 줄이고 연금수급 연령도 65세에서 67세로 점진적으로 연장키로 했다.
슈뢰더 총리는 2005년 총선에서 패배했지만 앙겔라 메르켈(기독민주당) 총리는 슈뢰더의 이런 기조를 이어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했다.
복지 개혁과 함께 산업경쟁력을 토대로 한 경상수지 흑자가 재정건전화를 뒷받침했고 공공부문의 투명한 행정과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가 기반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천예선ㆍ윤정현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