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동 大기자 KBS1라디오 ‘경제투데이-부동산시장 동향’ 인터뷰>
MC 성기영: 갑자기 불어닥친 자산시장 대혼란. 주식시장 여파가 어디까지 갈 지 최대 관심사입니다. 대체 자산시장이라 할 수 있는 부동산시장 역시 독립적으로 움직이기가 쉽지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완화 여파와 가을 시즌을 맞아 다소 해빙 분위기가 연출되었던 부동산시장의 영향을 체크해 봅니다. 헤럴드경제 장용동 大기자입니다.
-하반기 시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어느정도 형성되었던게 사실인데...갑작스런 미국 신용등급 강등발 쇼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좀 짚어주세요.
▲움찔할 수 밖에 없죠. 수 백 포인트가 떨어진 주식은 여전히 패닉상태. 그것도 단기간 내 해결될 조짐도 없구요. 오늘 금통위 금리동결도 별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재개발 재건축 규제완화 용적률 상향조정 방침 등도 부동산시장의 호재꺼리지만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분위깁니다.
미국 정부의 채무상환 위기...소버린 쇼크에서 출발한 최근의 쇼크는 부동산 매매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해 강남 유망단지 재건축 아파트 계약을 포기하거나 매입을 늦추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장ㆍ단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할게 분명합니다. 그 만큼 민감할 수 밖에 없죠.
-좀 자세히 알아보죠. 과거 비슷한 경험은요?
▲이미 우리는 이와 비슷한 쇼크상황을 두차례 경험한 바 있죠.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을 한 외환위기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시 집값이 하락, 부동산에 쇼크를 몰고 왔죠. 1년에 전국 아파트값이 15.1% 정도 급락했습니다. 서울은 무려 18.2%가 떨어졌구요. 대량 실업, 실질소득 감소가 집값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 것입니다.
주택시장이 쇼크를 벗어난 것은 실물경기가 회복되고도 한참 후인 2001년 7월에 이르러서입니다.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3년9개월이 걸렸죠. 처음인데다 자산시장 흔들림이 컸죠.
두 번째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입니다. 역시 주식에 이어 부동산 자산의 흔들림이 컸죠. 선진국발 실물경기 침체 전이가 우려됐지만 결론적으로 한국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금융자산 가치 하락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소폭의 집값 하락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평균 -2.5% 정도였죠. 강남3구는 5~6%까지 내렸고요. 하지만 학습효과에 경제적 회복력이 강해 회복기간은 1년 정도로 짧았습니다. 외환위기 때 보다 3분의 1수준으로 회복기간이 줄었습니다.
이번의 쇼크는 미국발이지만 전세계가 흔들린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회복이 서서히 이뤄질 공산이 크다는 점, 금융시장 안정이 먼저 돼야 부동산 시장이 후행적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국내 부동산에 미칠 후폭풍을 어느정도 예상해볼 수 있죠.
-당장 나타난 현상은 어떻습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일부 계약파기현상이 일어나는 등 수요위축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가을 성수기를 앞두고 거래가 늘어나는 등 부동산 시장에 다소 긍정적인 바람이 불었던게 사실입니다. 정부가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등의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 상향조정 등을 골자로한 규제완화책을 발표하고 바닥장세라는 인식도 어느정도 팽배, 매수바람이 미세하게 일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이같은 쇼크가 전해지면서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금융상품과 부동산의 투자 대체성이 없는게 아닙니다. 저금리로 돈 굴리기가 쉽지않은 상황에서 7%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도시형생활주택 등 수익성 부동산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일부 강남 재건축 거래가 이뤄진 것도 일종의 여유자금이 부동산에 흘러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대체투자인 셈이죠. 이게 당장 위축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관망 내지는 정체가 예상되는 것이죠.
-매매 침체, 전ㆍ월세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봐야 하나요?
▲대기 자금의 부동산 유입이 타격을 받으면 매매시장 침체, 미분양 증가 등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상가 등 수익성 부동산 역시 현금보유, 안전자산 쪽에 관심이 쏠리면서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금융 리스크 관리를 위한 다양한 규제가 추가돼 자금 마련이 더 어려워질 수 있거나 매수자들이 대거 대기 수요로 돌아서 전세난은 오히려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합니다.
집 사는 것을 유예, 재차 전ㆍ월세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이죠. 금융불안 장기화 여부가 관건입니다. 장기화와 함께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니까요.
-장기 폭락장세까지는 가지않겠죠?
▲저도 그렇게 봅니다. 과거 2차례 위기에서 보듯 이번 쇼크 역시 극복 가능하고 가격이 바닥장세에 이르고 있어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폭락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오늘 금통위 결정 처럼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어려워졌고 지난 금융위기 때 거품이 한 차례 빠진 뒤 바닥다지기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그런 대폭락 장세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되레 이런 장세 속에서는 유용한 급매물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게 바로 1-2년, 3-4년 이같은 쇼크를 극복한 후 우리 부동산시장 환경이 어떻게 될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구구조나 주택 보급률, 자가 보유율 등을 감안하면 향후 유효수요가 감소할 여지가 큽니다.
주택 주 구매층인 35~54세 인구는 올해를 정점으로 감소 국면에 접어들고 전체 인구 역시 2018년이면 줄어들기 시작할 것입니다. 외부 충격이 아닌 수요감소라는 본질 앞에 변화를 염두에 두고 정책이나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죠.
-정부가 추가로 내놓은 재개발 재건축 규제완화도 별영향이 없는 모양이죠?
▲그렇습니다. 정부가 보금자리지구 인근 재건축ㆍ재개발단지의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을 최대 절반까지 축소하는 방침을 최종 확정ㆍ발표함에 따라 재건축시장에서는 미세하게나마 사업 활성화에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으나 인센티브만으로는 보금자리 쇼크로 ‘패닉’상태에 빠진 일대 시장이 되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도권 재건축과 전국 뉴타운 사업에만 적용됐던 용적률 인센티브제를 전국의 모든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으로 확대키로한 것도 호재지만 시장활성화엔 한계입니다. 이번 규제 완화 조치의 최대 수혜지로 서울 강동구와 경기 과천 일대가 꼽히고 있으나 이미 수천만원 집값이 빠졌고, 더 추락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결국 ‘언 발에 오줌누기’ 정책 밖에 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번 대책이 재건축 아파트의 추가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장치정도로 작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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