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빚이 너무 많아 이자 부담이 크고, 신흥국은 돈이 너무 많아 물가부담이 크다. 기업들은 꼭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것까지 생산하고 판매한다. 소비주체들도 소비여력이 줄었음에도 예전과 같은 수준의 소비를 하려고 한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것은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푼 엄청난 돈 덕분이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돈줄은 끊겼다. 미국 재정은 부도 직전이고, 독일도 더이상 남유럽 국가들의 호구(虎口)가 되지 않겠단다. 그동안의 수익이라도 챙기려는 심리가 커질 만하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유럽 재정안정기금(EFSF) 차질은 좋은 빌미였다. 여기에 시장의 출렁임을 수익기회로 노린 헤지펀드 등 일부 투기세력까지 가담해 시장 불안은 극대화됐다.
국내도 과잉 부작용은 존재한다.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다지만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과잉을 만들었다. 일부 수출 대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몰아줘 이들에 국내외의 뭉칫돈이 몰렸다. 준(準)선진국 증시 가운데 금융위기 이후 반등폭은 코스피가 단연 선두다. 문제는 이 같은 증시 상승의 수혜는 외국인과 자문형랩에 투자한 일부 부자에게만 한정됐다는 점이다. 고물가, 기업 이익에 대한 서민의 접근 소외는 국내 증시의 투자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부(富)의 쏠림이 과잉이다.
이 같은 극단적 쏠림은 우리 증시가 지난 일주일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원인이 됐다. 외국인은 적극적 공매도를 통해 보유지분은 유지한 채 시장하락에 대한 안전판을 확보하려 했다. 반면 공매도가 어려운 자문형랩은 외국인들의 매도로 인한 주가하락을 참다못해 손절에 나선다.
9일(현지시간)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으로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돈의 힘이 한계에 달한 선진국은 당분간 허리띠를 졸라매 과잉을 줄이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3’가 아닌 저금리 기조 유지라는 우회책을 택한 이유다. 신흥국도 물가를 잡으려면 소비와 탐욕을 줄이는 실질적인 긴축이 필요하다. 사실 9일 FOMC 결정의 행간에는 향후 2013년까지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란 뜻이 담겨 있다. 우리 기업들의 이익도 시원치 않을 수 있다. 지난 2년과 같은 증시 호황은 이제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희망이 아주 없지는 않다. 우리 기업들은 그래도 해외 경쟁사보다 기초가 탄탄하다. 정부 재정도 문제가 없진 않지만, 이번 채권시장의 강세에서 입증됐듯이 아직은 버틸 만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을 아주 외면할 환경은 아닌 셈이다. 게다가 공매도한 외국인 입장에서는 주식을 사서 되갚는 과정, 즉 쇼트커버링(short covering)이 필요하다. 그럴 듯한 재료만 있다면 시장이 단기 반등할 확률이 높은 이유다. 다만 아직 단기반등 그 이상을 바랄 때는 아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을 보고도 ‘철렁’할 수 있다. 반등 때마다 차익실현 물량이 나올 수 있다. 강한 반등이 기대되는 종목에 대한 ‘트레이딩 바이(trading buy)’를 권한다.
<글로벌증권부 차장 @TrueMoney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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