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5대 투자은행(IB)의 차입비율은 LTCM보다 더한 36배에 달했다. 위기 매커니즘은 LTCM 때와 일맥상통한다. 주택시장 붕괴로 비우량 부동산 채권이 부실화됐고, 이와 연계한 파생상품 시장전체가 붕괴하면서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재정이 바닥난 미국은 금융기관 부실을 메우기 위해 달러를 더 찍어냈다.
1998년 한국은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는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LTCM사와 연관지어 한마디로 줄이면 과도한 차입이 문제였다. 종금사들은 값이 싼 단기외채를 빌려, 높은 이자를 받는 장기여신으로 돈을 벌었고, 재벌들은 은행 빚을 곳간처럼 활용해 과잉투자를 했다. 종금사와 재벌들에게 돈을 떼여 무너지게 된 은행은 정부서 공적자금을 투입해 사태를 해결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정부의 재정능력은 크게 훼손된다.
2008년부터 대한민국에 저축은행 문제가 불거졌다. 역시 메커니즘은 같다. 은행보다 높은 이자로 끌어들인 돈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투자했는데 부동산경기침체로 투자회수에 문제가 생겼다. 수신은 비교적 단기인데 반해, 부동산은 투자부터 수년이 걸리는 장기다. 정부는 2008년부터 건설사 구조조정에 나서며, PF 상환 능력을 키우려 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2011년 결국 저축은행으로 불똥이 튀었고, 정부는 대형 금융기관을 통한 저축은행 부실 해결을 추진 중이다.
종합하면 한국과 미국 모두 과도한 차입으로 인한 10년 간격의 위기를 겪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게 다일까? 아직 진짜 고비는 남았다. 아직 한국과 미국 모두 진짜 디 레버리지(de-leverage), 즉 차입축소가 남았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해결 과정에서 찍어낸 천문학적인 달러를 이제 어떻게 회수하느냐가 남았다. 돈을 그렇게나 많이 찍었음에도 미국 경기회복은 더디다.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 달러 유동성 회수가 문제다. 미국 경기가 좋아지지 않으면 유동성 회수야 지연되겠지만 우리 수출기업 실적이 또 문제다.
한국은 ‘빙산의 일각’인 저축은행이 아니라, ‘본체’인 가계부채가 남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유동성 팽창으로 금리인상 추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고환율 정책으로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가계의 이자부담 능력은 날로 줄어들고 있다. 강도가 문제일 뿐, 언제 터져도 한 번은 터질 듯하다.
이제 주식투자 조심할 때다.
<글로벌증권부 차장 @TrueMoney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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