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2010년 국민계정(잠정)’은 한국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안착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009년에 1만7175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2만달러에 재진입했지만 아직 2007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1인당 GNI가 인구 수나 물가, 환율 등 여러 변수에 좌우되기 때문에 그 나라의 생활수준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한국 경제가 안정적인 수준으로 2만달러 유지하는 것과 그렇지 못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한국경제, 6.2% 성장했지만…=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민총생산(GDP)은 6.2% 성장하면서 2002년 7.2%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성장세는 수출이 계속 호조를 보이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됐다가 회복세를 보인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이끌었다.
지난 2008년(-1.0%) 2009년(-9.8) 연속해서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설비투자는 지난해 25%나 급증했다. 반면 건설투자는 -1.4%로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최종 소비지출은 정부부문이 경제위기 직후 지출을 크게 늘린 기저효과 탓에 증가율이 3%로 낮아졌지만 민간부문(4.1%)이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3.9% 높아졌다.
명목 GDP는 1172조 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1% 늘었다. 달러기준으로 보면 환율하락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전년대비 21.6% 증가한 1조143억달러로 2007년 이후 3년만에 1조달러대로 복귀했다. 1인당 GNI는 2만759달러로 전년보다 3566달러 늘면서 3년만에 2만달러대에 재진입했다.
하지만 성장률(6.2%)에 비해 실질 GNI 증가율은 5.5%에 그쳤다. 이는 성장률만큼 경기가 좋아졌음을 느끼지 못했다는 뜻이다.
▶개인저축률 하락=총저축률 수치에도 함정이 있다. 지난해 명목기준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1169조4000억원으로 전년대비 9.4% 증가했다. 이 중 68%인 795조5000억원이 소비로 지출됐고, 나머지 32%인 373조9000억원은 저축됐다.
총저축률(32%) 가운데 민간부문의 총저축률은 25.2%로 기업을 중심으로 전년에 비해 1.8%포인트 증가했지만 개인순저축률은 3.9%로 오히려 0.2%포인트 하락했다.
한은 경제통계국 김영배 국장은 “개인 부채가 늘어나면서 이자부담이 커지고 소비가 늘어나면서 저축률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기업들은 돈이 쌓여가는데, 개인들은 되레 돈을 모을 여력이 없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말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부채는 795조4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0조원이나 증가했다. 가계는 현재 엄청나게 늘어난 이자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저축률이 떨어지면 결국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한은의 통화정책에서도 이 대목이 큰 고민거리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