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정비수가를 놓고 대립각을 세워온 손해보험회사와 정비업계간 갈등이 또 다시 장외로 번졌다. 이번에는 보험금 청구권 보장과 정비요금에 대한 임의삭감 불가 등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일부 지역은 차 수리를 거부하거나 고객에게 현금으로 수리비용 지불을 요구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당국 및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약 300여명의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금융감독원 정문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주로 평택을 중심으로 한 경기도 소재 정비업체 관계자들로, 손보업계와 가장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는 곳이다. 특히 이들은 삼성화재 고객에 대해 차수리 거부 및 수리비 현금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자들은 이날 보험금에 대한 청구권을 보장하고, 청구된 수리비에 대해 임의적으로 삭감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특히 이달 말부터 시행될 수리비 사전 견적제도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전견적제도는 차량수리 전에 정비업체가 정비의뢰자에게 수리방법(범위), 금액 등을 미리 제시해 소비자가 정비공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비업계는 또 지난 해 자동차보험 개선 일환으로 마련돼 시행된 자가차량손해 시 일부 수리비를 소비자에게 책임을 묻는 자기부담금 제도를 기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한 것을 놓고도 반발하고 있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산출한 수리비도 임의삭감 처리하고, 차량 입고를 방해하는 등 손보사들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자차처리 역시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키워 보험금을 내주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비업계는 아울러 손보사들이 특정 정비소를 우수협력업체로 지정해 운영하는 협력업체 지정제도도 폐지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손보업계는 정비업계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모럴헤저드”라고 비난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잉수리와 보험사기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손보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두 업계가 상생협력해야 할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 견인차 사업자들에게 일명 ‘통값’을 지불하고 사고 차량을 입고하는 방식으로 정비하고 있어 과잉 및 부실수리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과잉수리는 보험료 증가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며 “정률제 변경을 반대하는 것도 자신들의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 때문으로, 명분이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편 두 업계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 정비업체가 특정 보험사 고객의 차 수리를 거부하면서 당해 보험사가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타 정비업체로 안내하는 등 불편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양규 기자/kyk7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