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아시아 현지에선 지금 ⑥ 우즈베키스탄
산은UzKDB 출입제한 철폐 새바람현지 우량기업 중심 대출업무 정착
타슈켄트 등 지점개설 카드영업 강화
신한은행 M&A통해 재진출 추진
‘작은 규모 작은 리스크’ 전략 앞세워
국내보다 높은 수익률 기대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맹주’ 탈환을 꿈꾸며 연 8%대 경제성장을 구가 중이다. 이곳에서 산업은행 신한은행 수출입은행 등 한국 금융기관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척박한 사막 기후처럼 아직은 경제ㆍ금융환경이 좋은 편이 아니지만,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고 뛰어든 이들은 ‘금융 불모지’ 우즈벡에서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산업은행 우즈벡 현지법인인 UzKDB는 2006년 대우은행을 인수한 이후 5년여 만에 현지화의 발판을 굳혔다. 올 들어선 네덜란드계 ABN암로의 현지 RBS은행 인수를 본격적으로 추진, 우즈벡 최대 외국계 은행으로 진화 중이다.
우즈벡 수도인 타슈켄트에 대표사무소를 낸 신한은행은 지난해 잠시 중단했던 현지 은행 인수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970~80년대를 연상케 하는 자본ㆍ외환통제와 수출입 제한 등 구 소련 연방체제의 잔재가 남아 있는 우즈벡에서 이들의 노력은 금융기관 해외 현지화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인상을 줬다.
▶현지화에 성공한 UzKDB=UzKDB 본점은 카리모프 우즈벡 대통령이 매일 아침 출근하는 길이라고 해서 대통령길로 불리는 곳, 대통령 관용차가 교통 통제를 받으며 시속 100㎞로 달리다가 유일하게 속력을 줄이는 사거리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경계가 삼엄한 곳이기도 하고, 타슈켄트 시내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UzKDB는 본점 건물 외벽에는 “당신이 한계에 부딪히면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는 문구가 새겨진 광고판이 크게 펼쳐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우즈벡에서는 쇼킹한 광고 카피”라고 이호영 수출입은행 타슈켄트 소장은 말했다.
우즈벡에서 은행은 관공서와 같다. 고객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실제로 UzKDB 맞은 편에 있는 독일계 은행을 취재하러 갔다가 출입문을 통과하는 데만 20분 넘게 걸렸다. 우즈벡에서 은행은 ‘웬만하면 가지 말아야 할 곳’이다.
UzKDB 본점에서 직원이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순번 대기 번호판이 보인다. 우즈베키스탄 현지 은행에는 번호판이 없다. UzKDB는 서울 압구정동 점포 내부를 그대로 우즈베키스탄에 옮겨 놓았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 |
하지만 UzKDB는 달랐다. 고객의 출입에 제한이 없었고, 점포 내부는 마치 서울시내 은행 점포에 온 듯했다.
백인권 UzKDB 부장은 “서울 압구정지점 내부를 그대로 옮겨왔다”고 설명했다.
UzKDB는 2006년 인수 당시 6900만달러에 불과하던 자산을 지난해 1억9178억달러로 3배 이상 늘렸다. 467만달러이던 당기순이익(세전)도 2010년 640만달러로 늘었다. UzKDB는 우즈벡 진출 3년 만에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다.
현재 UzKDB는 또 한 단계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2월 UzKDB는 우즈벡 내 자산규모 7위 은행인 RBSUz를 인수해 현재 실무작업 중이다.
UzKDB는 올해 말까지 UzKDB와 KDB Centrial Asia(RBSUz의 변경될 명칭) 두 개 은행체제로 가다가 내년 초 합병은행을 공식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두 은행이 합병하면 우즈벡 내 은행 자산순위가 5~6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황원춘 UzKDB 행장은 “합병은행은 산업은행이 중앙아시아 전체로 활동영역을 넓힐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UzKDB는 현지화(Localization)에도 거의 완벽하게 성공했다. 직원 141명 중 한국 파견 인원은 황 행장을 포함 4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37명이 현지인이다. 기업 대출 비중도 한국계는 15.7%에 불과하다. 현지 우량기업 위주의 영업이 정착된 것이다. UzKDB는 또 본점 차입금 없이 전액 자체조달로 자산을 운용한다. 현지화의 3박자가 모두 맞는 셈이다.
UzKDB는 소매금융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조만간 타슈켄트 시내와 나보이 경제특구에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아직 카드 사용은 미미하지만 카드영업을 강화해 신규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명실공히 중앙아시아 최고의 외국계 은행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현지법인 설립 가시화=국내 커머셜뱅크로는 처음으로 2009년 우즈벡에 대표사무소를 개설한 신한은행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잠시 중단했던 현지 은행 인수ㆍ합병(M&A) 작업을 재개했다.
자산규모 2억달러, 우즈벡 내 자산순위 10~13위권 은행을 점찍었다. 정지호 신한은행 대표사무소 소장은 “올해 안에 인수를 마무리하고 법인 설립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출범도 하지 않았지만 기대는 예상 외로 컸다. 현지에서 만난 한인 기업인은 물론 우즈벡 정부 관계자, 상업은행 경영진까지도 신한은행이 하루빨리 진출하길 바라고 있었다.
헤럴드경제 인터뷰에 응한 자수르 타지예프 우즈벡 대외경제무역부 투자무역국장은 “신한은행이 진출하면 한국 기업이 신한은행을 찾을 뿐 아니라 한국계 기업의 투자도 더욱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우즈벡 은행 중 자산규모 1위 은행인 대외경제개발은행(NBU)의 알리셔 미르사토브 부행장은 “신한은행이 진출하면 양국 간 경제교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물류 허브로 키우고 있는 나보이 경제특구 등에서 신한은행과 함께 공동 파이낸싱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즈벡 내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인핀뱅크(Infin Bank) 자파르존 압둘라에프 부행장도 “신한은행 같은 대형 상업은행이 진출해준다면 우즈벡 경제가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증거이므로 외국기업 투자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지에서 여행업을 하고 있는 김규(뚜리즘여행사 지사장) 씨는 “한인 기업인이 우즈벡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환전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라며 “신한은행 같은 대형 은행이 진출해 환전기간을 커버해줄 상품을 내놓을 거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일단 ‘작은 규모, 작은 리스크’ 전략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정 소장은 “해외에 진출 금융기관의 수익률이 국내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우즈벡에서는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계 은행이 하는 모든 것이 새로운 우즈벡에서 신한의 고객중심 마케팅과 상품전략이 통할 것이라는 얘기다.
▶수출입은행의 서포트 눈길=수출입은행의 활약도 돋보였다. 수출입은행은 현재 우즈벡 국영은행인 NBU와 아사카은행(Asaka Bankㆍ자산규모 2위)에 1억7200만달러(대출잔액 기준)의 전대자금 크레딧라인을 운영 중이다. 이들 은행은 수출입은행이 제공한 전대자금으로 한국산 물품ㆍ서비스를 수입하는 현지 수입업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소장은 “수출입은행의 크레딧라인 설정으로 우리 기업의 나보이 경제특구 진출이 활성화하고 현지 기업의 물품구매가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창훈 기자/ chunsim@heraldcorp.com
타지예프 대외경제무역부 국장
“친구나라 한국은 최고 전략적 파트너 나보이에 더 투자를”
우즈베키스탄 정부 당국자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외국 언론에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리는 느낌이었다.
지난 10일 기자는 수출입은행 이호영 소장의 주선으로 자수르 타지예프 대외경제무역부 국장과 어렵사리 인터뷰를 했다. 이 자리에는 이 소장과 정지호 신한은행 대표사무소 소장이 동석했다.
타지예프 국장은 UzKDB는 물론 조만간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 영업에 나설 신한은행에 큰 기대를 표시했다.
그는 “신한은행의 진출로 한국계 기업의 투자가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타지예프 국장과의 일문일답.
-우즈벡 내에서 한국계 금융기관의 역할과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2005~2006년 우즈대우(UzKDB 전신)와 함께 섬유산업을 공동조사하다가 중단돼 아쉬웠던 적이 있다. 이 참에 신한은행과 이 부분에 대해 공동조사를 벌여 한국 기업에 소개하고 투자제안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즈벡 정부가 각종 자료를 제공하고 공장 방문 등을 추진할 용의가 있다.
타지예프 국장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동석했던 정지호 소장은 “현재 신한은행은 경공업성 장관, 화학부 장관 등과 외자유치에 대해 논의를 벌이고 있으나 자료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 대외경제무역부와 공동으로 작업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타지예프 국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현지 한국 기업과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국 기업이 나보이 경제특구 외 지역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해 주길 희망한다. 한국 정부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의 우호적인 관계가 지속되길 바란다.
-우즈벡에 투자하려면 금융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보이 경제특구는 한국 기업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공한다. 나보이에 많이 투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외 출장을 가면 어떤 나라 기업은 내게 “나보이에 투자해도 되느냐”고 종종 묻는다. 나보이가 한국 기업만을 위한 투자공단으로 알고 있을 정도다. 우리는 한국을 친구 나라로 본다. 전략적 파트너다. 많은 지원 바란다.
신창훈 기자/ 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