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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 후원의 특별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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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 후원으로 오르는 화계(花階). 오른쪽 위로 상량정이 보인다.(사진:황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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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 후원의 동쪽 문에서 바라본 외부 전경. 가까이에는 창경궁의 전각들이, 멀리는 서울대학교병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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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 후원에서 바라본 남쪽 풍경. 멀리 남산의 N서울타워가 보인다. 앞 부분의 담장 문양이 아름답다.



[헤럴드분당판교=황정섭 기자]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는 평소 접근이 제한된 낙선재 후원 일대를 4월 한달 동안 개방한다. 개방 일정은 4월 매주 목·금·토요일마다 1회씩이다. 1회 관람인원은 20명 선착순으로 한정했다.

창덕궁 동남쪽 끝자락에 자리잡은 낙선재 일원은 일반출입이 가능한 낙선재, 석복현, 수강재 등 3채의 집과 그 뒤쪽으로 딸린 후원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공개된 후원은 일반관람이 제한된 곳이다. 지난 14일 만난 창덕궁 문화재해설사는 "낙선재 후원은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낙선재 일원의 집들은 조선 24대 임금인 헌종 때 지어졌다. 낙선재는 헌종의 서재 겸 사랑채였고, 안채 격인 석복현은 후궁 경빈 김씨의 처소였으며, 수강재는 대왕대비인 순원왕후를 위한 집이었다. 고종황제의 막내딸 덕혜옹주 등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실 가족들이 이곳에 머물러오다가 1989년 영친왕의 부인 이방자 여사가 별세하면서 낙선재는 주인을 잃었다.

창경궁이 제작한 낙선재 브로슈어에는 "낙선재는 헌종과 경빈 김씨의 사랑이 깃든 장소로 유명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대부의 딸 경빈 김씨는 애초 왕비간택에서 낙선되었으나 왕비가 자식이 없자 헌종의 강력한 요청으로 후궁으로 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헌종이 이미 왕비간택 후보자 중 경빈 김씨를 사모했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고 있다. 낙선재는 그녀를 언제나 옆에 두고자 했던 헌종의 최고 선물이었던 셈이다.

낙선재에서는 23세로 요절한 헌종의 초심과 풋풋한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왕실인데도 모든 건물에 단청을 하지 않고 간결한 문양과 단아한 장식으로 기품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게 헌종의 검소하면서도 품격 있는 성정과 닮았다는 얘기다. 창덕궁 공식 가이드북은 "헌종은 밤낮으로 책을 놓지 않았으며 옛 분들의 서첩을 매우 사랑해 낙선재에는 온갖 진귀한 서적과 서화들이 가득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시 세도정치의 전횡 속에서도 어린 나이에 이와 맞서려 했던 헌종의 순수하고 인문학적인 면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건물과 후원 사이에는 작은 석축들을 계단식으로 쌓아 화초를 심고, 그 사이사이에 조형미가 뛰어난 굴뚝과 괴석을 배열했다. 그 위 꽃담과 함께 정결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꽃담 너머 후원에 오르면 정면(남쪽) 건물 지붕들 위로 남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후원에는 낙선재 건물 3채와 호응해 동쪽부터 취운정, 한정당, 상량정 등 누각이 자리잡으며 휴식과 사유의 공간을 제공한다. 상량정과 서쪽 승화루 사이에는 꽃과 글자 문양이 새겨진 담장이 가로지르고, 그 중간에는 둥근 형태의 만월문이 넘나듦을 허락하고 있다. 이 모두 '고졸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1시간 남짓 관람을 마치자 창덕궁관리소 관계자가 설문지를 나눠줬다. 질문항목에는 호감도, 향후관람빈도, 타인추천여부 등이 제시됐다. 지난달 31일에 온라인으로 오픈한 발매티켓이 5분만에 매진된 것을 감안하면, 관람 기회가 다소 늘어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시민들의 볼 권리와 생태계 및 문화재 훼손, 후원의 화계(花階) 구조상 안전문제 등이 적절한 수준에서 의견수렴된다면 말이다.

js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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