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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부문화 새 지평 여는 혁신형 창업가들

선한 영향력은 전염력도 강하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재산의 절반(5조원 상당)을 사회문제 해결에 기부하겠다고 한 데 이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만든 김 의장은 18일 세계적 기부클럽인 ‘더기빙플레지’의 기부자로 등록했다며 서약서를 공개했다. 더기빙플레지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설립한 자선단체다. 재산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넘어야 가입할 수 있고,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야 한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적 부자들이 가입했는데, 한국인으로는 김 의장이 처음이다. 일본,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부국에서도 가입자가 아직 없다고 하니 한국 기업인의 위상을 높인 일로 평가할 만하다. 김 의장의 재산이 1조원대에 달해, 기부액은 50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김범수·김봉진 두 사람은 맨손으로 시작해 자수성가한 ‘흙수저’ 기업인이다. 물려받은 부가 아니어서 ‘내 것’이라고 주장할 만도 한데 ‘사회에 빚져 얻은 부’라며 몸을 낮춘다. 김봉진 의장은 “기부를 통해 내가 쌓은 부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 신의 축복과 사회적 운, 수많은 분의 도움에 의한 것임을 공개적으로 고백한다”고 했다. 김범수 의장은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 결심을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단의 배경을 밝혔다. 실리콘밸리 전설들을 롤모델로 삼아 창업시장에 뛰어든 우리 혁신가들이 어느덧 기부와 나눔으로 대표되는 성공 이후의 문화까지 실천하다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고 자랑스럽다.

혁신적 창업가들의 ‘통 큰’ 결단에 가려져 있지만 사실 우리 대기업 가운데서도 사회적 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신경영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가는 추세다. 50대인 3, 4세 젊은 총수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다. 최태원 SK 회장은 ‘사회적 가치’의 전도사로 나선 지 오래다. 계열사를 평가할 때 사회적 가치창출 여부를 50% 반영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며 기업 성장의 열쇠를 사회에서 찾고 있다. 혁신형 창업가들의 선진형 기부문화와 젊은 총수들의 신경영이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기부문화가 기업 전반으로 확산하려면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다. 장학재단에 200억원의 재산을 기부했다가 ‘세금폭탄’을 맞은 어느 독지가의 사례에서 보듯이 선한 의지를 꺾는 세법이나 행정 규제는 하루빨리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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