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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상우의 현장에서] 朴 ‘성전(聖戰)’된 2차 가해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우리 시장님만 믿고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시장님을 죽인 자와 그를 두둔하고 있는 ‘노란머리’는 그 대가를 받을 것입니다.”

이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지지자가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고,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를 비하하며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 2차 가해가 마치 성전(聖戰)을 방불케 한다. 그들은 박 전 시장을 신격화하며 그의 명예를 수호하기 위해 피해자 측을 향해 욕설과 비방으로 얼룩진 ‘무차별적’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여전히 피해자의 사진과 개인정보까지 공유하며 피해자를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여권 지지 성향의 일부 인사는 선봉대장 격으로 공격에 가세해 2차 가해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 검사는 피해자를 ‘꽃뱀’으로 지칭했다.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고소인 측 주장이 거짓인 점이 확인됐다”고 호도했다. 신승목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대표는 “피해자에게 살인죄를 묻겠다”며 고발단을 모집했다. 일주일 만에 1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고발단 참여 의사를 밝혔다. 최근에는 박 전 시장의 부인인 강난희 씨가 쓴 것으로 알려진 손편지가 공개되면서 2차 가해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인정했지만 이제 그들에게 이런 사실관계는 더는 중요치 않아 보인다.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은 법원과 인권위마저 ‘적폐’로 몰아가며 눈과 귀를 닫아버렸다. 법원은 지난달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속옷 사진과 함께 ‘냄새를 맡고 싶다’ ‘성관계를 알려주겠다’ 등의 문제를 보냈다며,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인권위 역시 박 전 시장이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하는 등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수차례에 걸쳐 2차 가해의 고통을 호소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8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그들의 믿음을 추동할 수 있는 동력뿐인 듯하다”며 “집단으로 움직이는 그들의 선동 앞에서 개인인 피해자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냐”고 토로했다.

2차 가해를 가하는 이들은 피해자 측이 명확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호도하는 이들도 있다. 이미 피해자의 휴대전화는 검찰과 인권위에까지 제출해 확인이 끝난 상황이다. 오히려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쪽은 박 전 시장 측이다.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는 현재 유족이 가지고 있다.

물론 지지자들의 말처럼 아직 검찰의 최종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지지자들이 원하는 박 전 시장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선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아닌,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할 수 있도록 유족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감정으로만 호소하지 말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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