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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83만호 공급 허수 논란, 성공모델 세워 불식하는 수밖에

전국에 83만여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2·4대책 발표가 더해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권 주택 공급물량은 무려 188만8000가구까지 늘어나게 됐다. 1990년대 노태우 정권 당시 추진됐던 수도권 200만가구 공급과 맞먹는 수준이다. “공급에는 장사 없다”며 당시 저금리·저유가·저환율 3저 호황으로 아찔하게 치솟던 집값의 고삐를 잡을 수 있었다. 이번 ‘충격요법’이 정상 작동한다면 그때처럼 집값 안정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역대 진보 진영 정부는 소유주 중심의 조합 방식 재개발·재건축은 개발이익 사유화와 투기수요 유입, 세입자 내몰림, 난개발 등의 부작용이 많아 금기시했다. 2011년에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원주민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점을 부각하며, 당시까지 잘 진행되던 뉴타운 사업을 무더기로 취소했다. 이명박 정부의 사업을 뒤집은 것이다. 재개발을 추진하던 152개 뉴타운 현장 중 112개(75%) 사업장을 종료시켰다. 재건축 규제까지 강화돼 공급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야권에서 박 시장이 400개에 달하는 뉴타운, 재개발·재건축지구만 해제하지 않았어도 서울엔 25만호의 신규 주택이 공급될 수 있었다고 공격하는 이유다.

2·4대책에선 박 시장 때 중단됐던 사업지구를 되살리고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 주거지 등을 택지에 편입하는 과단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는 LH, SH 같은 공기업이 직접 개발사업을 맡는 만큼 인허가 단축 등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고, 기존 토지 소유주나 재건축조합원에게 초과이익환수금 면제, 용적률 상향, 2년 실거주 의무 면제 같은 ‘당근’도 주어지므로 민간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앞서 8·4대책 때 발표된 공공재건축 인센티브가 민간을 움직이는 마중물이 되지 못했음을 고려하면 이번에 더 강한 유인책을 내놓았다고는 하나 그 실효성은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2·4대책이 나오자마자 벌써 ‘83만호 허수’ 논란이 일고 있다. 83만여가구는 개발 가능성이 있는 곳에 들어설 가구 수를 단순 집계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아무리 역대급 공급이라고 외쳐도 개별 토지 소유주 등 민간의 참여 없이는 모두 숫자놀음에 그칠 뿐이다. 아직은 ‘희망고문’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LH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성공 모델을 조기에 보여줘 시장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의 양과 질, 속도를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가 자랑하듯 언급한 ‘공급 쇼크’가 ‘허수 쇼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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