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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포커스] 은마아파트 부침으로 본 부동산 정책의 명암

그동안의 주택 정책은 정부의 이념 성향과 무관하게 투기 억제를 위한 규제 강화와 경기부양을 위한 활성화 대책이 주기적으로 반복돼왔다. 집값 급등과 같은 주택 문제는 과거의 정치·경제·사회적 여건과의 관련성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한 여건들은 안정되기보다는 동태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주택 문제 역시 돌변하는 양상을 보여 온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부동산을 정책의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 과거 보수정부들의 전유물인 것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진보정부의 원조인 DJ정부에서는 IMF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고자 ‘건설·부동산 활성화대책’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규제 완화 조치로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과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어진 노무현 정부에서는 시장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초강력 규제책을 연이어 내놨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DJ정부 말기 5억원대 중반을 밑돌던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31평형) 평균가가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 하반기에 10억원을 넘어섰다. 집값이 5년 만에 두 배 뜀박질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수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굳이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요즈음 겪는 주택·주거 문제의 판박이라고 보면 된다. 전국의 땅값 상승으로 부동산 투기가 조장됐고, 집값 폭등과 극심한 전·월세 부족으로 저소득 서민층의 주거가 피폐해졌다. 그러한 후유증은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겨우 진정됐다. 전국의 주택 가격이 짧은 안정기를 지나 2009년부터 급격히 침체되면서 전세대란이 이어졌고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문제가 심화됐다. 앞서 예시했던 은마아파트도 장장 6년간 지속적인 하락세와 약보합세를 이어가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에는 7억원대까지 추락했었다. 그후 3년째인 2016년 말에서야 다시 10억원대로 회복했다.

그후의 상황들은 굳이 설명을 필요치 않는다. 현 정부가 주택물량 공급은 도외시한 채 노무현 정부의 수요 억제 중심의 정책을 답습하는 바람에 2018년 가을에는 은마아파트가 18억원까지 급등했고 지난여름 이후에는 22억원대로 치솟았다. 노무현 정부 5년보다도 짧은 3년 만에 또다시 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은마(銀馬)가 금마(金馬)로, 다시 금강마(diamond horse)가 된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현 정부가 시장에 반하는 정책을 고집하는 한 지금의 집값 폭등 양상과 전세난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2022년 대선을 정점으로 (노무현 정부의 정책 후유증이 보여주듯) 상당 기간의 집값 하락은 불가피하다. 예상에 불과하지만 은마의 시세가 4년 전인 10억원 미만으로 동마(銅馬)로 회귀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집값 폭락과 지속적 디플레는 작금의 집값 폭등 못지않은 후유증을 초래한다. 전세대란과 하우스푸어 등 부동산시장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부담을 끼친다. 무엇보다 차기 정부에서 취할 부동산·주택 정책의 선택지를 제한할 뿐 아니라 정책의 효과 또한 단기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의 수급 원리보다는 이념에 치중한 부동산 정책으로 국민 모두가 고통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인하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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