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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진보 정당 대표마저…끊이지 않는 정치권 성비위에 경악

김종철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은 여러 면에서 충격 그 이상이다. 우선 원내 의석을 보유한 정당의 대표가 성 비위로 전격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은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피해자가 같은 당 소속 여성 의원이다. 이 역시 우리 의회 역사상 처음이다.

더욱이 정의당은 성폭력과 성 평등 사회 구현을 기치로 내건 진보 정당이다. 이번 사건이 더 실망스럽고 참담하게 와 닿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오죽하면 일부 당원이 당을 해산하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겠는가. 이번 일로 진보 정당 정의당의 가치는 현격히 훼손됐고,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나아가 진보 진영 전체의 도덕성 논란도 다시 확산될 전망이다.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일어나선 안 될 사건이지만 쉬쉬하며 감추거나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정의당이 당 차원에서 투명하게 대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의당은 이번 사건을 일주일가량 조사한 뒤 “다툼의 여지가 없는 성추행 사건”이라고 단호하게 규정했다. 정치적 파문이 컸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과 확연히 비교된다. 같은 당, 같은 진영이라는 이유로 가해자를 무작정 감싸거나 ‘피해 호소인’ 운운하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마다하지 않던 종전의 사건과는 그 처리 방식의 결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피해 당사자인 장혜영 의원의 용기는 특히 평가할 만하다. 장 의원은 당의 사건 전말 발표와는 별도로 개별 입장문을 내고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남성조차 왜 눈앞의 여성을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번번이 실패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이 질문을 직시해야 하고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 사실을 스스로 공개한 용기도 가상하거니와 일상화된 성범죄 근절에 대한 해법 모색과 사회적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사한 피해를 당한 많은 여성에게 장 의원의 입장문은 큰 용기와 희망이 됐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통렬한 정치권 반성의 계기가 돼야 한다. 크고 작은 정치권의 성 추문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언제나 그때뿐이다. 장 의원이 지적한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남성’은 다름 아닌 정치인이다.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대목도 따지고 보면 정치권의 자성을 요구하는 말이다. 진보와 보수 진영을 가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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