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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용구 폭행 재조사, 경찰의 수사독립성 도마 위에

이용구 법무부 차관(당시 변호사)의 취중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축소·은폐 의혹이 점차 사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이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이 확인하고도 고의로 덮은 사실이 드러나 원점에서의 수사도 불가피해졌다.

이 사건의 핵심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의 대상이 되는 이동 중 폭행 여부다. 특가법은 승객이 하차를 위해 차가 잠시 멈춘 상태에서 운전자를 폭행해도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특가법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단순폭행과 달리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해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경찰은 그동안 폭행 사건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객관적 증거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택시기사의 증언에 의존해 내사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택시기사가 목적지에 도착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진술했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단순폭행 사건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차관 측도 기사에게 정중하게 사과했고 적절한 합의금을 전달하면서 원만하게 매듭지어진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 딴판인 것으로 밝혀졌다. 택시기사가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해 자신의 휴대전화에 30초짜리 영상으로 저장해뒀고 이를 지난해 11월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관에게 보여줬는데 “차가 멈춰 있다. 영상을 못 본 것으로 하겠다”며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택시기사는 이런 까닭에 이 차관과 합의하고 동영상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직권 남용, 증거 조작· 인멸로 중대한 범법행위가 아닐 수 없다.

경찰이 뒤늦게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13명 규모의 진상조사단을 꾸려 전면 재조사에 착수한다고 했지만 ‘뒷북’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이 사건에 의구심을 가진 검찰이 디지털 포렌식으로 동영상을 복원하지 않았다면 묻힐 뻔했기 때문이다. 자칫 이 사안을 허투루 다뤘다가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들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과 대공수사권이 주어지고, 미 연방수사국(FBI)에 비견되는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하는 등 권한이 확대된 것은 경찰이 잘해서라기보다는 검찰이 가졌던 무소불위 권력의 분산이 필요하다는 데 국민 상당수가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이 과연 자체 수사종결권을 가질 자질이 있는지 의심되는 일이 잇따라서 걱정이다. 세 차례 학대 신고에도 무혐의 처리로 일관한 ‘정인이 사건’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국수본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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