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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이어서 더 소중한…동화처럼 담은 가족애
현대화랑, 장욱진 30주기 기념전
장욱진, 밤과 노인, 1990, 캔버스에 유채, 40.9×31.8cm [현대화랑 제공]

까만 연미복을 입고 한 손엔 신사용 모자를, 다른 한 손엔 우산을 쥐고 황금빛이 가득한 들판을 걸어오던 야심만만한 남자(자화상, 1951)는 그로부터 39년 뒤, 모든 것을 다 놓고 가볍게 하늘로 떠오른다(밤과 노인, 1990). 한국이 사랑한 화가 장욱진(1917~1990)은 우리곁에 그렇게 왔다가 떠났다.

장욱진의 화업을 조망하는 전시가 서울 삼청로 현대화랑에서 열린다. 장욱진 30주기를 기념해 열리는 이 전시는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이라는 주제 아래 장욱진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인 집, 가족, 자연이 잘 드러난 작품 50여점이 출품됐다.

장욱진의 그림은 쉽고 따뜻하다. 미술작품에 익숙하지 않은 이가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또한 정겹다. 까치, 소, 황금 들판, 초가집(집) 등 한국적 소재가 주를 이루지만, 그를 통해 묘사하는 가족애나 자연의 아름다움은 세계적 소구력도 갖췄다. 작가가 “나는 심플하다”고 강조했던 것 처럼, 작가는 단순함의 미학과 소박한 삶의 이상향을 그림에 담았다.

전시는 장욱진의 초기부터 말년까지 순차적으로 따라가며 집과 가족, 자연을 집중 조명한다. 세 모티프는 그림 곳곳에 따로 또 같이 등장한다.

작가에게 집은 한국전쟁 이후 황폐한 환경에서 나와 가족을 보호하는 유일한 안식처 였다. 그는 “집도 작품이다”는 말을 즐겨 했는데, 한적한 시골의 오랜 한옥을 손수 고쳐 아뜰리에로 썼다. 1963년 덕소 화실, 1975년 명륜동 화실, 1980년 수안보 화실, 1986년 용인 마북동 화실이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런 집들은 모두 작품에도 등장한다. 1969년작 ‘앞뜰’에는 주말마다 작업실에 들러 살림을 챙기던 아내를 위해 작업실 옆에 작게 지은 한옥을 사실적으로 묘사했고, 1986년작 ‘아침’은 토담을 짓고 싸리문을 달았던 수안보 시골집을 닮았다. 1990년작 ‘밤과 노인’의 집은 마북동 화실의 모습이다.

가족은 사랑과 행복의 감정을 표상한다. 작가가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가치로도 읽힌다. 아버지, 어머니, 자녀로 구성된 가족이미지는 여러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산책하거나 놀이를 하거나 모여 있는 등 가족의 한 때가 펼쳐진다. 작가는 가족을 향한 자신의 사랑이 오직 그림을 통해 이해된다고 말하곤 했다.

자연은 집과 가족을 품는 곳이다. 거칠고 험한 곳이 아니라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곳이다. 작가에게 자연은 늘 가까이 하고 싶은 영감의 원천이었다. “나는 천성적으로 서울이 싫다. 서울로 표상되는 문명이 싫은 것이다”(새벽에서 새계, 샘터 1974)

2020년을 지나면서 ‘집’은 우리에게 이전과는 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재생산을 위한 장소에 그치지 않고 직장이자 일터이고 먹고 쉬고 생활하는 곳이며 또한 우리를 각종 위험에서 보호하는 곳이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는 팬데믹 시기, 장욱진의 작품은 삶에서 지켜야할 가치들이 무엇인지 넌지시 묻는다. 이번 전시는 양주시립미술관, 장욱진문화재단이 후원하고 일진그룹과 연미술이 협찬했다. 2월 28일까지.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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