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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손흥민의 양발, 변창흠의 오른발

손흥민이 없었다면 요즘 무슨 낙으로 살았을까 싶다. 새벽마다 전해오는 그의 멋진 골은 코로나에 포박당한 일상에 통쾌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이 순간만큼은 코로나 블루도, 부동산 블루도 잊을 수 있다. 외환위기 때 박찬호와 박세리의 승전보가 그랬던 것처럼.

손흥민은 이제 세계축구에서 하나의 현상이 됐다. ‘많은 슈팅=높은 득점률’ 공식을 깨고 28차례의 슈팅만으로 12골(13일 기준)을 기록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 살라흐(리버풀)가 54차례 슈팅으로 13골을 넣은 것과 대비된다. 원샷·원킬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얘기다. 이타적 플레이와 겸손도 큰 덕목이다.

세계축구의 변방 출신인 손흥민이 월드클래스로 올라선 동력은 뭘까. 첫손에 꼽히는 게 ‘양발 능력’이다. 원래 왼발을 쓰지만 피나는 훈련으로 양발잡이로 거듭나 어느 위치에서든 슈팅을 한다. 토트넘 통산100골 중 오른발로 55골, 왼발로 41골을 넣었다. 유럽에서 손처럼 양발 득점이 고른 선수는 찾기 어렵다. 그는 왼발이 오른발보다 정확하고, 오른발이 왼발보다 조금 더 파워가 있다고 했다. ‘최소슈팅-최다득점’이라는 신기원을 이룬 배경에는 양발 슈팅의 진화가 있었던 거다.

시야를 축구에서 정부로 돌리면 지금 양발 능력이 꼭 필요한 곳이 부동산 정책을 펴는 국토교통부다. 중산층과 서민은 지금 ‘벼락거지’ ‘이생집망’ 비명을 지르며 다락같이 오른 집값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성난 민심에 줄곧 ‘부동산은 자신 있다’던 문재인 대통령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집값은 ‘콘크리트’라던 문 대통령의 40% 지지율을 무너뜨린 아킬레스건이다.

부동산 덫에 걸린 문 대통령이 손 내민 이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다. 변 장관 스스로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자부했듯이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전문가다. 30여년간 대학과 강단에서 주택과 도시계획에 천착했고, SH와 LH 사장을 지내 현장 경험도 풍부하다. 문 대통령의 특명인 ‘빠르고 다양한 주택 공급 확대’가 그의 어깨에 달렸다.

문제는 변 장관이 손처럼 원래 왼발잡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껏 사회적 약자의 주거복지에서 많은 득점을 올렸다. 원주민 정착을 돕는 공공재개발(성남 구시가지, 서울 천호1구역)과 도시재생(서울 영등포 쪽방촌), 공공임대, 지역균형발전에서 강한 추진력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일자리와 교육, 직주근접 교통 환경을 갖춘 도심 주택이다. 택지가 고갈되고 있는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려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용도 변경, 다주택자 매물 출회 유도 등 민간 참여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모두 오른발을 써야 하는 정책들이다.

다행히 변 장관은 오른발도 연마하고 있다. 서울 307개 지하철 역세권 고밀 개발, 분당신도시 규모의 택지 확보가 가능한 서울 준공업지역 개발, 빌라 밀집 저층 주거지 개발 등은 공급의 모멘텀이 될 만하다. 그러나 손처럼 오른발의 득점력을 높이려면 도심 공급의 젖줄인 재건축 규제를 풀어야 한다. 또 양도세 한시적 완화로 다주택자 퇴로를 열어주는 조치도 동반해야 한다. 신규 주택 공급은 최소 3~4년이 걸리지만 다주택자 매물은 즉각적 공급 확대 효과가 크다. 손 처럼 원샷·원킬의 득점력을 얻으려면 돌파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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