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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현대판 별서’ 꿈꾸는 당신께

“별서(別墅)를 아시나요?”

일반인들에게 ‘별서’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하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농장이나 들이 있는 부근에 한적하게 따로 지은 집. 별장과 비슷하나 농사를 짓는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별장’과 ‘농사’가 키워드다.

우리나라의 별서 풍습은 통일신라 시대의 최치원이 벼슬을 내려놓고 자연 속에서 은거생활을 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에는 일부 사대부나 양반들이 시끄러운 세상과 부귀영화를 등진 채 본가와 떨어진 초야에 별서를 지어 자연을 벗 삼아 살았다. 양산보의 ‘소쇄원’(전남 담양), 윤선도의 ‘부용동 원림’(전남 완도 보길도) 등이 대표적인 별서 사례다.

그럼 현재 ‘별장+농사’의 별서 개념에 가장 가까운 주거 형태, 즉 ‘현대판 별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마도 도시인의 로망이라는 ‘농지(텃밭)’ 딸린 전원주택이 아닐까 한다. 농사를 본업으로 하는 농가주택이나 농사와 무관한 고급 별장은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런데 전원주택보다 더 소박하고 대중적인 ‘현대판 별서’가 있으니 바로 ‘농막’이다. 별서의 ‘서(墅)’는 농막을 뜻한다. 물론 농막은 주택이 아니다. 농지 위에 짓거나 설치하는 20㎡(6평) 이하 규모의 가설 건축물로, 농업용 창고다.

하지만 진화를 거듭하면서 지금은 임시·대안 주거시설로 자리를 잡았다.

농막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신고만으로 쉽게 설치할 수 있다. 또 전원주택에 비해 자금 부담도 덜하다. 전기·지하수뿐 아니라 상당수 지역에선 정화조 설치도 가능해졌다. 인구 유입에 목말라 있는 농촌 지방자치단체 또한 농막에 도로명 주소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인 입장이다.

이와 함께 산지(지목 상 임야)에 짓는 산막(산림경영관리사)의 수요도 늘고 있다. 그러나 농막이든 산막이든 둘 다 정식 주택이 아니라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자칫 ‘선’을 넘을 경우 불법 건축물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기획부동산들의 호객행위다. 최근 들어 이들이 개발해 쪼개 파는 농막단지와 산막단지 분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제는 단지 내 도로 등 공용 기반시설 조성 없이 분양해 필지별 단독 개발이 어려운 땅도 적지 않다는 것. 이렇게 되면 분양받은 이들은 나중에 정식 주택도 못 짓고 당연히 재산권 행사 제약 등 손실을 피할 수 없다.

‘현대판 별서’를 꿈꾸는 도시민들은 여전히 많다. 특히 5060세대가 그렇다. 어떤 이들에겐 ‘버킷 리스트’이기도 하다. 귀농·귀촌 흐름이 2017년을 정점으로 연착륙 과정에 진입했지만 앞으로도 ‘현대판 별서’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시민들의 발길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도 이를 부추길 수 있다.

2021년 새해가 밝았다. 보다 많은 이가 ‘현대판 별서’의 꿈을 성취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잘만 선택한다면 토지 투자 겸 자연둥지 확보, 농사를 통한 친환경 먹거리 자체 조달과 어느 정도의 소득활동, 그리고 자연이 주는 치유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서두르는 것은 금물이다.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하되, 가급적 지방자치단체의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그 꿈과 현실의 간극을 미리,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현대판 별서’가 행복한 삶터도, 쉼터도, 일터도 될 수 있으리니….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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