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비즈] 도로 살얼음, 준비와 실천으로 잡는다

지난해 12월 14일 새벽 4시41분쯤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행선 서군위나들목 부근에서 화물자동차 등 차량 10대가 연쇄 추돌했다. 이 사고로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비슷한 시각 사고지점에서 2㎞ 떨어진 하행선에서도 차량 20여대가 추돌해 1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사고가 일어난 곳은 최근 3년간 교통사고 인명피해가 한 건도 없던 곳이었지만 새벽에 내린 비가 기온이 내려가면서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든 얇은 빙판으로 변해 대형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겨울은 어느 때보다 교통사고에 취약한 계절이다. 특히 올겨울 강력한 한파가 예상되면서 ‘도로 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도로 살얼음 사고위험 역시 커지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7~2019년) 서리·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총 3201건이며 사망자는 86명이었다.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인 치사율은 2.69명으로, 건조한 노면(1.63명)이나 도로에 눈이 쌓여 있는 경우(1.6명)보다 약 1.7배나 높다. 도로를 덮는 살얼음은 얇고 투명한 탓에 눈이 쌓여 있는 것과 달리 운전자가 위험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로 살얼음 사고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는 지난 1월 7일 ‘겨울철 도로교통 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펼치고 있다.

먼저 결빙 취약 구간에 대한 집중 관리에 나섰다. 상시 응달이나 교량, 안개지역 등 결빙 취약 구간을 기존 193개소에서 410개소로 약 배 수준으로 확대했다. 도로 살얼음 취약시간인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 사이 고속도로 순찰을 기존 4회에서 6회로 강화하고, 차량 부착식 자동 노면 온도 측정센서를 이용해 전 구간의 노면 온도를 측정하도록 했다. 이때 강설이 없더라도 도로 살얼음 발생이 예상될 경우 예방적 제설작업을 하도록 기준도 마련했다.

결빙 취약 구간 안전시설 확충도 진행하고 있다. 자동 염수 분사시설을 늘리고, 전체 관리 구간의 10%에 해당하는 180㎞의 도로에 미끄럼을 최소화하고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노면 홈파기를 진행 중이다. 야간이나 새벽에도 결빙 취약 구간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식 결빙주의 표지판을 설치하고 내비게이션과도 연계해 주의 구간을 상시 안내토록 했다. 배수성 아스팔트 포장, 도로 열선 등 도로 결빙 방지 신공법을 시범적으로 설치한 후 그 효과성을 검증해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대형 사고 예방을 위해 선제적 대응 시스템도 갖춰가고 있다. 결빙사고, 역주행 등 도로 내 돌발 상황을 관리자가 실시간으로 쉽게 감지할 수 있도록 스마트 폐쇄회로(CC)TV 650여대를 신규로 설치하고 있다.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사고정보를 후속 운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도로 전광표지에 경광등·경고음 기능을 추가하고, 내비게이션을 통해 사고정보를 30초 안에 제공하고 있다. 경기·강원·충청·전라·경상권 등 5개 권역별로 도로관리청과 유관기관 간 블록형 인력·장비 지원 체계도 구축해 결빙·폭설 등 재해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도로 살얼음 사고의 모든 위험을 말끔히 해소할 수는 없다. 도로 살얼음은 기상, 지형, 시설물 유형, 교통량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발생지역을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면 상태별 제동거리가 빙판길은 마른 노면에 비해 승용차의 경우 4.4배, 화물차는 7.4배나 길다는 것도 큰 문제다.

안전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준비하고 실천한 만큼 도로는 더 안전하고 편리해질 수 있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도로 살얼음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시설적인 보완과 함께 빙판길 서행 운전 등 국민의 안전운전 실천이 중요하다. 준비와 실천으로 도로 살얼음 사고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손명수 국토교통부 제2차관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