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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칼 유증, 판례 있지만 상황이 변수
3자 유상증자 소송 주요쟁점
① 경영권 분쟁 vs 경영판단
② 타사인수 vs 회사에 긴급
③ 정관어겨 vs 항공업 위기
④ 주주소외 vs 자회사 안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연합]

한진칼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둘러싼 산업은행·한진그룹과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의 가처분 소송 대결이 한창이다. 양측은 연일 입장문을 발표하며 여론을 통한 호소에 집중하고 있다. 내달 1일께에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과거 판례나 정관해석 등에서는 산은과 한진 측이 다소 불리하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에 미치는 영향인 크다는 점에서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① 신주배정권 vs 긴급한 경영상 필요

대법원 판결(2008다50776)은 “회사의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상법 제418조 제2항을 위반하여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한진칼 지배구조를 보면 KCGI와 반도그룹,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연합(46.71%)이 오히려 조 회장과 한진그룹 측 우호지분(41.4%)을 앞서고 있다. 그러나 3자 유증이 완료되면 산은이 3대주주(10.7%)로 등극하고, 3자연합 지분율(42.9%)이 조회장측 지분(47.3%)보다 적어지게 된다.

산은 측은 조 회장과 공동의결권 행사 의무는 없고, 경영견제 장치도 마련한 만큼 이번 3자 유증이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최근 한진과 산은이 3자연합에 적대적인 입장을 뚜렷히 해 사실상 ‘한편’임을 드러냈다는 점은 또다른 변수다.

물론 다른 사례도 있다. 한창제지는 김승한 회장 일가와 케이씨씨전자 간 경영권 분쟁을 겪던 중인 2012년 4월 이사회를 열고 제3자 배정증자를 결의했다. 20년 이상 노후화된 생산설비를 교체하기 위한 자금조달이다. 앞서 채권단이 유상증자 참여를 거부했고, 일반 투자자의 참여를 기대하기도 어려워 결국 최대주주가 인수했다. 1심 법원은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증자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경영상 목적을 인정했고,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3자 배정 증자 전 충분한 자금조달 노력을 벌인 점이 인정된 셈이다.

②산은 “아시아나 불가피”… 전문가들 “글쎄”

산은은 한진칼 3자 유증의 핵심 이유를 ‘아시아나의 긴급한 자금수요’로 꼽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한 언론만 따로 만나 “가처분이 인용되면 아시아나항공 파산은 불가피하다”고 발언했다.

물론 한진칼 3자유증 대금이 납입(12월2일)이 되도 이 돈이 최종 목적지인 아시아나항공에 도달하는데 까지엔 6개월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산은과 한진칼측은 자금 도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산은이 한진칼에 투자한 자금을 대한한공에 대여하고, 대한항공은 이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하고 신주인수대금 계약금을 지불하면 총 6000억원의 자금이 연내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산은은 불과 얼마 전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된 직후 2조원이 넘는 신규자금 투입을 결정하며 상당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보통 인수합병 시장에서 자금이 여러단계를 거치는 복잡한 구조는 피하려고 한다”며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 감자를 완료하고 이후 출자전환 등 재무구조를 개선한 후 산은이 보유주식을 한진칼에 현물출자 하는 방식도 가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③정관상 이유 맞나

현행 상법은 새롭게 발행한 주식을 3자에게 배정할 수 있는 근거 항목을 각 회사의 정관에 위임하고 있다. 한진칼의 정관은 긴급한 자금 조달을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 또는 기관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할 때(8조 3항)와 사업상 중요한 기술도입, 연구개발, 생산·판매·자본제휴를 할 때(8조4항)로 규정하고 있다. 신주 발행은 주권 희석으로 인해 구주주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데, 이 때문에 상법과 정관은 신주 3자배정의 요건을 엄격하게 가능한 사례만을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산은은 한진칼과 대한항공을 ‘정상기업’으로 보고 있다. 자체 생존을 위한 긴급한 자금 소요가 아닌 타사를 인수하는데 쓸 자금을 조달하는 게 정관상 이유와 일치하는 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아울러 한창제지의 사례처럼 3자 유증에 앞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노력을 충분히 기울였는 지도 주요한 쟁점 될 수 있다.

산은 측이 ‘아시아나항공 파산’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현실화 될 경우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과연 불리한 지도 애매해다. 아시아나의 부채비율이 높아 법인을 통째로 인수하면 재무부담도 함께 한진칼에 전가된다. 설령 아시아나가 파산이 되더라도 자산은 남는데, 이를 대한항공이 인수하는 데 비용면에서는 부담이 덜 할 수도 있다.

④한진칼 주주들 ‘소외’ 합당한가

현행 상법(374조)은 회사의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다른 회사의 영업을 양수(전부 또는 일부)할 때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다.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으로 개회되고,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1 이상이 돼야 가결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당연히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한진칼의 핵심자회사다. 인수와 통합이 이뤄지면 지주사인 한진칼의 연결재무제표에 최소 10조원이 넘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반영된다. 회사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자회사의 대규모 인수합병 자금마련을 위한 증자에 과연 주주동의가 필요한 지 여부가 새로운 논란이 될 소지도 있다.

홍석희·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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