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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디자인포럼 2020] 뉴노멀시대…디자인이 바꾸는 세상, 디자인을 바꾸는 세상
코로나19·기후변화·4차산업 연쇄 등장
전인류의 일상에 급격한 변화바람 강타
팬데믹 이후의 공간에 대한 개념 대전환
정보의 디자인화·데이터화 중요성도 커져
본질 유지하며 진화하는 디자인을 통해
환경문제 등 시대적 현안해결 방향 제시
이성호 ‘에이스트리트’.

바야흐로 ‘뉴 노멀(New Normal) 시대’다. 건축가 김찬중은 “인류는 지나온 200년간의 변화보다 최근 20년, 다가올 10년 사이 가장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표준’은 이미 과거의 것이 됐다. 한발 앞서 미래를 내다봤던 디자인의 모든 분야가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건축·산업·패션·미디어 아트 등 일상과 맞닿은 전 영역에서 변화는 포착되고 있다. 21세기에 접어들며 위기 의식을 느낀 기후변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열어준 4차 산업혁명, 전 세계를 뒤흔든 새로운 감염병의 등장은 모든 변화의 추진 동력이 됐다.

▶ 코로나19·기후변화·4차 산업혁명…디자인에 미친 영향=변화는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제각각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씩 맞물려 새로운 세상을 열고 있다.

이성호 디스트릭트홀딩스 대표는 “다양한 시대의 현안들은 어느 한 가지의 영향만을 떼놓고 분석할 수 없을 만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는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이 불러온 ‘새로운 기준’이기도 하지만, 이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출퇴근 대중교통 이용을 줄이자는 캠페인이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클라우드, 통신, 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많은 디자인 명사들은 현 시대가 당면한 이러한 과제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등장은 인류에게 이전의 생활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위기와 불안 뿐만 아니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에 유행처럼 등장한 ‘공유공간’은 코로나19 시대에 피해야 할 1순위가 됐고, 팬데믹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주거에 대한 방향성도 달라지게 됐다. 건축가들이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다.

김찬중 건축가(더시스템랩 대표)는 “팬데믹 이후 공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며 “이전에는 1인 주거는 1인이 거주하는 가장 경제적이고 콤팩트한 사이즈를 이야기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1인 주거는 최소의 공간이 아닌 충분히 만족하고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속도도 빨라지며, 기술의 발전과 정보의 홍수 속에 ‘보이지 않는 것’의 디자인도 중요해졌다. 김민규 건축가(복순도가 대표)는 “과거엔 정보를 디자인할 필요는 없었지만, 이제는 무수히 많은 정보가 범람하는 만큼 이를 디자인하고, 데이터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디자인이 과거엔 건축을 비롯한 시각적인 영역을 상징했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디자인의 개념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미디어 아트의 기술적 혁신은 가속화하고 있다. “서로 만나지 못하고, 가고 싶은 곳에 마음껏 갈 수 없는 시대”(이성호 대표)가 됐지만, 2020년의 디지털 미디어는 “실감 미디어기술과 결합하며 점점 고도화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현실 경험을 대체하는 가상 경험이 만들어진다면, 디지털 미디어는 돈과 시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미디어 아트는 더 완벽한 가상경험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국립부용단‘ 향연’ [국립극장 제공]

기후변화에 대한 고민도 빼놓을 수 없다. 패션과 건축계는 특히 환경 문제를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작은 것’에서부터의 변화를 주목했다. 그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소모가 많은 일회용이나 사용 후 폐기처분되는 것들을 확실히 줄이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현 국민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교수는 “좋은 디자인을 통해 인간이 치유되고 선해질 수 있다”며 “지금처럼 코로나19 전염병과 기후위기로 전 지구가 불안과 불확실성 속에 놓여있을 때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중심이 된 디자인은 어느 때 보다 중요하고 유효한 화두다”라고 강조했다.

김찬중 건축가는 “우리가 움직이는 매 순간이 공해”라며 “결국 지금의 개념에서 친환경 건축이란 가능하면 덜 짓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뉴 노멀’ 시대의 디자인=‘뉴 노멀’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뉴 노멀’의 등장 이전에도 다른 말로 불렸다. 현재를 살아가는 디자인 명사들은 끊임없이 “지금 이 시대의 노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는 시기엔 많은 변화가 따를 것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그 변화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정구호 디렉터는 “뉴 노멀 시대가 됐다고 전혀 다른 길을 가야 하는 게 아니라, 각 프로덕트의 캐릭터만 확실하다면 그것을 진화시키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때 그때 유행을 뒤따르기만 하면 시대는 이미 변해있다”며 “자기의 주장과 뼈대와 캐릭터에 대한 파악을 기반으로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찬중 건축가의 판교 어린이책 미술관. [김용관 작가 제공]

김찬중 건축가는 ‘뉴 노멀’ 시대의 건축은 ‘개인의 가치’와 ‘다름’에 대한 존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축에선 한 때는 유니버설 디자인, 즉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정답이었다”고 했다. 평균 신장에 맞춘 난간의 높이, 보통의 사람들을 위한 계단의 폭 등 ‘스탠다드’에 대한 개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찬중은 “범용적인 디자인의 경우 의도는 좋지만, 해당 범위에서 벗어나면 힘든 상황이 된다. 희생되는 소수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결국 건축에서의 뉴 노멀은 개인 개인이 존중받는 상황, 이러한 변화에 사회와 문화가 함께 가야한다는 패러다임이다”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자 고민이랄 디자인의 본질은 뉴노멀시대에도 다르지 않다. 시대의 변화·정신과 함께 가며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다. 이성호 대표는 “디자인이나 디자인 씽킹은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훌륭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그 도구인 디자인 또한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문제 해결에 최적화된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가치를 발휘해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승희·김유진·이민경·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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