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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코로나19가 부른 표주박 사회

코로나19가 우리 삶으로 들어오고 벌써 계절이 세 번 바뀌었다. 물론 앞으로도 계절이 몇 번이 더 바뀌어야 할지 모르겠다. 초기만 해도 버텨보면 될 듯했다. 생존의 욕구는 순간을 모면하는 데 맞춰졌다. 당시에도 삶의 근본적 변화가 다가올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와닿지 않았다. 급격한 변화가 그렇게 쉬울까 싶었다. 흘려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변화의 흐름을 인정하게 된다. 코로나19는 장기전이고,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변화의 영역은 실로 방대하다. 새 질서의 총체적 재편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변화의 큰 줄기 중 하나의 특징을 ‘표주박 사회’로 이름을 붙여 봤다. 인구구조에서 자주 인용되는 표주박은 허리가 볼록하다. 다름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사회 곳곳에서 중간층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다.

요즘 교육계에서 크게 우려하는 대목이 있다. 학력 격차의 양극화다.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이 장기화하자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학습 의욕과 주변의 제반 환경이 갖춰진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들 사이 학력 격차는 천정부지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오프라인 교육에선 학력 격차가 떨어지는 이들을 교사들의 지도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면 이 아이들은 중위권 학력으로 도약한다. 중위권 학력은 그래서 가장 두터운 층을 이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상위권과 하위권 둘로 학력 구분을 나눠 버렸다.

비단 교육계만의 현상이 아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언택트, 플랫폼 산업은 코로나19가 오히려 성장을 재촉한다. 플랫폼 기업은 시장의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반대로 여행산업, 항공산업, 전시산업, 공연산업 등은 쑥대밭이 됐다.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말로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정부의 고용지원금, 재난지원금의 효과는 일시적이다. 재난지원금은 벌써 2차에 이르렀다.

산업계가 이러하니 일자리 지형 또한 비슷하게 변화한다. 안정된 고소득 일자리는 신산업의 등장과 함께 시장의 수요가 여전하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바이오 등 성장 산업에서는 전문 인력 부족 현상까지 벌어진다. 하지만 중산층을 형성하던 적당했던(?) 일자리가 소멸하고 있다. 고임금과 저임금 사이 중임금 일자리의 공백이 커지고 있다. 이는 다시 중산층의 증발로 이어진다. 대기업 종사자들은 오히려 자산이 늘고 있다. 여행이나 외식 등으로 소비하던 금액이 계좌에 차곡차곡 쌓인다. 이 가운데 일부만이 언택트 소비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비대면 사회로의 변화는 그 누구도 상상 못한 시나리오다. 로봇과 인공지능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도 인간과 인간 사이를 떨어뜨려 놓을 것이라는 전제는 없었다.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 기본 전제 자체를 뒤흔들어 버렸다. ‘표주박 사회’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허리가 어디까지 잘록해질지 가늠조차 안 된다. 불행하게도 딱히 대안도 없어 보인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은 고스란히 정부의 몫이다. 후대의 부담을 빌려 오늘의 약자를 지원한다. 임시 방편이다. 우선은 백신과 치료제를 기다려볼 뿐이다. 재건은 그 이후의 몫이다. 사회의 처참한 뱃살빼기 ‘다이어트’의 흐름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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