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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생충에서 하늘공원까지..서울의 ‘낭만 부자’, 마포종점

  • 기사입력 2020-09-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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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비에 젖어 너도 섰고, 갈 곳 없는 나도 섰다’

한강변을 배경으로 한 ‘마포종점’은 선창가가 무대인 ‘낭만에 대하여’ 보다 좀 더 멜랑꼴리해 보인다. 아무리 시국이 시국이라도 그렇게 갈 곳이 없을까.

예전만 못해도 마포엔 이야기도 많고, 마음이 풍성해지는 갈 곳도 많다는 점을 서울관광재단이 일깨운다.

하늘공원 노을을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

심지어 아카데미상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 촬영지도 있는데, ‘연트럴파크’를 제외하면 대체로 호젓한 걷기여행을 즐길 수 있다. 다소 사람이 많은 연트럴파크도 홍대쪽을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한 곳이 많다.

마포의 수천년 스테디셀러는 당연히 한강변 조망과 먹거리이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포와 마주하는 양진 낙조는 서거정이 조선 최고의 석양 절경이라고 했다.

▶‘하늘 노을길’= 월드컵 경기장이 있는 하늘공원에 오르면 등산, 산책, 갈대밭 트레킹, 노을 구경 등이 다 된다. 월드컵공원은 평화의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성비가 매우 높은 여행지이다.

하늘공원(98m)과 노을공원(96m)에 올라 낮에 서울 천촌만락을 발 아래 굽어보는 재미도 장쾌하거니와, 해질녘 한강하구 인천 송도쪽로 향하는 석양은 전국에서 손 꼽을 정도로 일품이다.

노을공원에서 내려다본 서울

가벼운 산책은 원한다면 하늘공원 아래 메타세쿼이아 숲길(희망의 숲길)과 난지천공원만 걸어도 충분하다. 이 구간은 녹음이 우거진 구간이므로 더위가 가시지 않은 초가을에 걷기 좋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에 오를 때는 맹꽁이전기차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노을공원은 골프장 부지에 조성되어 있어 잔디밭이 매우 넓다. 사실 월드컵공원 평지에도 바르셀로나 홈구장의 2배 만한 드넓은 잔디밭이 있다.

노을공원 입구로 다시 내려와 난지천공원 산책로를 이어 걷는다. 울창한 가로수 잎이 짙은 그늘을 만들어준다. 월드컵경기장역으로 돌아가기 전에 월드컵경기장 맞은편 마포농수산물시장에 들러 푸트코트나 횟집에서 요기해도 좋다.

▶먹거리 가득한 ‘마포나루길’= 마포나루길은 조선 시대 한강을 주름잡던 마포나루와 이 일대에 살았던 당시 인물들의 자취를 더듬어 걷는 길이다. 옛 마포나루터를 찾아보고, 흥선대원군과 토정 이지함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장통 노포에서 식도락을 즐기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고고학자가 유적지를 발굴하듯 표지석만 남은 옛터에서 이야기를 엮어가는 재미가 있다.

첫 목적지인 아소당터(아소정터)는 흥선대원군의 별장터다. 흥선대원군은 말년을 보낼 별장과 자신의 묘소를 길지에 조성했다. 지금 그 자리는 동도중학교와 서울디자인고등학교의 정문 옆 작은 공터로 남았다. 아소당터 표지석이 없다면 모르고 지나칠 법하다.

용강동 큰우물로2길 고갯길에 자리한 정구중가옥은 1920년대 지어진 개량한옥으로 추정된다. 용강동의 부농 이 모씨가 외동딸을 위해 장안 4대 목수로 소문난 안영달에게 부탁해 지은 집이다. 압록강 유역의 홍송과 백송을 뗏목으로 옮겨와 한강에 2년 동안 넣어 두었다가 1년 동안 건조한 뒤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지었다고 한다.

마포나루길_마포 사거리의 토정 이지함 동상 맞은편에 굶주린 백성에게 소금을 나눠주는 토정의 구휼 활동을 재현한 청동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토정 이지함은 토정비결 역학자 이미지가 강한데, 조선 최초의 양반 상인으로서 상공업을 권장하는 실학의 선구자로 살았다. 굶주린 백성에게 곡식과 소금을 나눠 주고, 바다와 땅을 이용해 먹고 살 방도를 알려주는 등 구휼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마포와 소금은 깊은 연관이 있다. 옛날 삼개포구로 불렸던 마포나루는 조선 후기에 들어 해상무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서해안에서 생산된 소금과 젓갈이 주로 마포 주변에서 거래됐다.

마포나루터의 번성했던 상권이 마포갈비 골목을 비롯한 음식문화거리로 이어졌다. 옛날 뱃사람과 상인들이 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던 것이 마포갈비의 유래가 되었다는 것이다. 족발 골목, 전 골목으로 유명한 공덕시장은 전성기 시절 600여 개의 점포가 있었다고 한다. 20~30년 전부터는 서비스 고기였던 갈매기살을 파는 고깃집이 많아져 마포갈매기 골목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기 천국’이라 불리는 마포 먹자골목에서 연탄불에 구워 먹는 양념 돼지갈비를 서울에서 처음 선보인 최대포집과 국물에 밥을 토렴해주는 사골 곰탕집 마포옥, 바싹 불고기의 원조 역전회관은 먹자골목의 필수 방문 코스다.

고기를 먹기가 부담스럽거나 혼자 식사를 해야 할 때 갈만한 식당과 카페도 많다. 도화동에는 여명, 일일향, 산동만두, 외백 등의 소문난 중식당과 코끼리떡볶이, 마포떡볶이, 다락 등의 떡볶이집이 모여 있다. 코끼리떡볶이와 마포떡볶이가 서로 이웃하며 떡볶이계의 쌍벽을 이룬다. 도화동의 주택을 베이커리 카페로 개조한 프릳츠는 빵 맛과 분위기로 젊은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프릳츠 근처 골목 안에 숨어 있는 히말라야어죽에 가면 충청도산 민물고기로 만든 얼큰한 어죽을 맛볼 수 있다.

▶나지막한 동네산책길 ‘성미산 동네길’= 성산동에는 산이 성처럼 둘렀다는 뜻을 지닌 성미산이 있다. 성미산에서 성산동의 지명이 유래됐다. 성미산은 해발 66m에 불과한 산이지만 주민들이 즐겨 찾는 힐링 명소다.

성미산 숲길

성미산 바로 아래 마포중앙도서관이 있으며,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서울의 3대 빵집으로 불리는 리치몬드 제과점 등이 있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위안부 역사와 현재에도 발생하고 있는 세계 분쟁과 여성 폭력에 관한 정보를 전시하는 곳이다. 성북동 나폴레옹과자점에서 일하던 명장이 1979년 독립해 차린 리치몬드 제과점은 서울 빵지 순례 필수 코스로 소문났다. 대로변에 있어 지나가는 길에 들르기 좋다.

망원역으로 가는 길에 K-POP 아티스트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비트로드를 지난다. 스타와 함께하는 영상 통화 이벤트, 팬 사인회 같은 행사를 진행하고, 음반과 굿즈를 판매한다. 망원역 2번 출구로 가면 망원시장과 망리단길로 이어진다. 망리단길의 식당, 카페, 생활용품점, 책방, 악세서리 숍, 빈티지 편집숍, 문구용품점 등의 상점들이 대체로 협소하고 소박하다.

합정동 양화진의 역사적 장소를 둘러보는 ‘양화진 뱃길 탐방' 프로그램도 눈여겨볼 만하다.

▶경의선숲길= 연트럴파크로 알려져있지만, 실제로 더 길다. 용산구 용산문화센터에서 마포구 가좌역에 이르는 총 6.3㎞의 도심 산책길이다. 이 산책로가 효창공원역, 공덕역, 서강대역, 홍대입구역, 가좌역 등의 5개 전철역을 지난다.

공덕역의 염리동·대흥동 구간은 왕벚나무, 산벚나무가 우거진 산책로와 운동 기구, 벤치, 분수대 등을 갖춘 근린공원으로 조성됐다. 산책로 바로 옆길에는 근대한옥을 카페와 식당으로 개조한 가게가 많다. 테이크아웃 커피 마시며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참고로 염리동은 조선 시대 때 전국의 소금배가 드나들었던 마포나루터와 가까워 소금장수들이 모여 살았던 동네이고 염창동은 소금 창고지기가 살았던 동네이다. 재개발 예정지인 이곳에 벽화로 단장한 ‘소금길’이 조성돼 있다.

2016년 10월 홍대입구역과 와우교 사이 약 250m 구간에 경의선책거리가 조성되어 경의선숲길의 새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열차 객차 모양 건물들을 짓고, 이곳에서 책을 전시·판매한다. 커뮤니티 센터에서는 북 콘서트와 같은 다양한 책 관련 이벤트도 진행한다. 경의선숲길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은 홍대입구역과 가좌역 사이 연남동 구간이다. 바로 연트럴파크이다.

경의선 숲길 책거리

가좌역이 가까운 연남동 끄트머리에는 복합문화 공간 다이브인, 향수 공방 가르니르, 디저트 카페 땡스오트 연남, 서점 포르트 등의 유니크 한 상점들이 성업 중이다.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늘어선 산책로를 지나면 곧 가좌역에 도착한다.

▶애고개 아현동= 아이 처럼 같은 고개라 해서 애고개이고 ‘ㄱ’이 탈락하면서 애오개가 됐다. 아현동이다. 아현역 근처 손기정로와 환일길 일대 골목에는 재개발 전의 과도기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근대한옥이 고층 빌딩에 둘러싸여 있거나, 마을버스가 다니는 비좁은 고갯길 너머에 고속도로 같은 대로가 뻗어 있다. 아현동의 이런 서민적인 풍경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빛을 발했다.

영화 초반부 최우식(기우 역)이 동네 슈퍼에서 박서준(민혁 역)을 만난 장면과 중반부 박소담(기정 역)이 복숭아를 사 들고 박 사장 집으로 향하던 장면을 아현동 고갯길에서 촬영했다. 영화 속 ‘우리슈퍼’는 실제로는 ‘돼지쌀슈퍼’이며 박소담이 걸어 올라갔던 계단은 슈퍼 바로 옆 골목이다. 기생충이 오스카상 수상해 국내외 관광객이 이곳을 성지처럼 방문한다.

영화 기생충 촬영지, 아현동 고갯길

1958년에 지어진 목욕탕 행화탕은 재개발로 철거가 확정된 이후 몇 년 동안 방치되다가, 2016년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문화예술 콘텐츠 기획사 축제행성이 ‘예술로 목욕합니다’ 슬로건을 걸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행화탕 안에 목욕탕 콘셉트 카페인 행화커피를 열어 목욕탕 관련 음료와 굿즈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애오개123은 구두공장 건물을 가구회사 비플러스엠이 쇼룸과 카페를 겸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민 곳이다. SNS에서 ‘햇빛 맛집’으로 소문났다. 종착점인 애오개역이 가까워지면 출출해지기 시작한다. 이때 들르기 좋은 식당으로 황금콩밭과 아현동간장게장을 추천한다. 황금콩밭은 출판사 대표가 차린 성니콜라스성당 인근에 있는 두부 전문점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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