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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여가부·교육부 “바나나에 콘돔씌우기, 성교육에 ‘음식사용’은 잘못”
두 부처 “열린 교육은 환영한다” 입장
여가부 “학부모 동의는 현실상 쉽지 않아”
전문가 “성교육 교사 교육·정식도구 필요”
교육청 “학부모 의견 청취안한 점은 문제”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최근 전남 담양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성교육을 위해 학생들에게 바나나를 준비하게 했다가 학부모 항의로 해당 실습을 취소하는 일이 있었다. 학교 보건실에 비치된 콘돔과 학생이 준비한 바나나를 이용해 콘돔 끼우기 수업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이를 알게 된 학부모의 항의가 빗발친 것이다. 여성가족부와 교육부는 성교육의 적절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정식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14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전남교육청의 중등교육과와 보건교육팀은 성교육의 적절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수업 진행에 학부모의 의견을 듣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피임 등 성교육은 반드시 하게 돼 있으며 교육과정 이행도 적절했다”면서도 “다소 논란이 될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부모의 의견을 듣지 않은 점은 향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가부와 교육부의 의견은 달랐다. 문제는 콘돔 실습이 아니라 음식을 실습 도구로 활용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열린 교육은 현 청소년 세태에 맞춰 필요하지만, 바나나를 활용한 점은 적절치 못했다는 의견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성 관련 정보를 갖고 있다. 진부한 이론 교육보다는 실습이나 토론식으로 가야 하는 방향성 측면에선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적절한 실습 도구를 사용하지 않아 ‘디테일’ 측면에서 아쉬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음식을 사용하다 보니 진정성에서 오해를 살 수 있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식 도구를 활용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부모 동의를 얻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성교육은 학교에서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정식 교육 중 하나라는 데 이론이 없기 때문에, 그 방식에 대해 앞으로도 학부모 등에게 사전 공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한계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해당 학교 학부모로부터 항의 민원이 들어온 점을 인정하면서 “현시대 청소년에 맞춰 열린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음식을 사용했다는 점에선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다 보니 청소년이 음식을 볼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전남교육청도 조사 과정에서 기술가정 과목의 여러 전공 교사에게 성교육 관련 수업에 대해 문의한 결과, 임신과 출산 단원에서 성기의 실물 모형을 갖고 피임 실습을 진행했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향후 실습 도구 구비는 물론 ‘성교육하는 교사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각 교사가 성 교육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으나, 어떤 방식으로 교육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개인의 판단에 달린 상황”이라며 “교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성교육을 할지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준비물(바나나)을 개인적으로 마련해 오라고 한 점이 문제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식 도구나 모형을 학교에서 구비해 제공했다면 논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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