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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연좌제 폭력의 기원 ‘전쟁과 가족’외

▶전쟁과 가족(권헌익 옮김, 정소영 옮김, 창비)=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 냉전 연구로 독보적인 인류학자 권헌익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의 한국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았다. 저자는 당시 양민들이 처했던 현실과 폭력이 작동한 방식을 가족과 친족의 관계적 관점에서 살피며, 이후 긴 냉전시기 동안 어떻게 국가적 규율 행위의 핵심이 돼왔는지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전쟁은 지금의 세계를 만든 전쟁이다. 전지구적 냉전체제를 형성한 초기 주요사건이면서 최근 새롭게 부상한 중국과 미국의 신냉전 구도의 뿌리도 한국전쟁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정작 한국인들에게는 잊힌 전쟁이 돼가고 있는데, 저자는 그 망각의 이면에 자리한 폭력성에 주목한다. 한국전쟁 당시 개개인의 삶에 미친 폭력의 기제가 전후에도 가족, 친족, 공동체라는 관계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작동했기 때문에 애써 잊으려고 노력한 결과라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전쟁을 다룬 소설과 안동, 제주, 예천 등 현지 조사를 통한 개인의 구체적 전쟁경험, 연좌제에 대한 생생한 증언에 바탕해 전쟁폭력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이어간다. 냉전의 유산을 넘어 우정과 연대의 모색의 길도 보여준다.

▶치즈 책(폴 S. 킨드스테트, 정향 옮김, 글항아리)=치즈장인이 인류학, 고고학, 기후학, 과학을 넘나들며 써낸 치즈 연대기 혹은 문명사. 최초의 치즈는 신석기 시대인 기원전 6500년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발굴된 토기 파편에 묻어 있는 동물의 젖 성분을 통해 추정이 가능하다. 리코타 종류였을 것으로 보이는 이 치즈는 쉽게 상하기 때문에 소금을 치거나 토기에 담아 땅 속에 묻었다. 나중엔 양의 위장에 존재하는 레닛이란 물질을 이용, 응고시키는 방법을 알아내게 되는데, 진정한 치즈의 발견으로 불린다. 고대엔 신들이 사랑한 제사 음식이었다. 우리가 즐겨먹는 치즈케이크는 로마시대 제우스제단에 올리던 제물이었으며, 힌두교 성전인 베다 문헌엔 소젖으로 만든 파니르 치즈를 제단에 바친 기록이 있다. 수도원의 시대, 암흑기인 중세는 치즈의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수도사들은 다양한 종류의 치즈 제조법과 숙성기술을 실험, 우리가 즐겨먹는 브리, 로크포르, 퐁레베크, 생모르 등 정교한 치즈를 개발했다. 치즈를 둘러싼 갈등과 전통치즈의 부활 등 치즈를 둘러싼 현안도 짚었다.

▶당신 지식의 한계 세계관(리처드 드위트 지음, 김희주 옮김, 세종)=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과학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한 때 인류는 천동설이나 연금술을 믿었고, 이는 당대 가장 앞선 지식이었다. 현재 지식의 최전선은 오늘의 과학이 다다른 지점까지이며, 먼 미래에 천동설처럼 믿지못할 것이 될 수 도 있다. 과학은 세계관이란 게 저자가 과학의 역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수뢰딩거까지 수많은 과학이론이 어떻게 과거의 지식을 대체하며 오늘에 이르렀는지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 특히 과학의 생성과 변화를 세계관이라는 개념으로 설명, 과학을 보다 넓은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령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에서 뉴턴 세계관으로, 또한 상대성이론과 양자론, 진화론이 자리잡으면서 사람들이 간직해온 중요한 믿음들이 바뀌는데, 오랫동안 명백한 경험적 사실로 인정해온 믿음 중 일부가 잘못된 사실로 밝혀지는데 따른 것이다. 미국 대학이 가장 많이 선택한 과학철학서로 알려져 있으며, 상세한 사례가 이해를 돕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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