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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 한국 온 비건과 머리맞대 북미대화 되살릴 방안 찾아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7일 오산 미군기지를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비건 대표는 사흘간 머물며 강경화 장관을 접견하고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제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주목되는 것은 국무부의 2인자이자, 대북 실무협상 책임자인 그가 방한 기간 중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대북 메시지다. 이를 통해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핵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외견상 상황은 좋지 않다. 북한은 비건 대표 도착 일에 맞춰 북미정상회담 의지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의하면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담화를 내고 “다시 한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장은 지난 4일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보이는 셈이다.

그러나 최 부상 담화의 행간을 뜯어보면 꼭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호전적인 평소 북한식 표현에 비해 최 부상의 발언은 비교적 절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담화에서는 미국의 북미 합의 이행 의지 부족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북 적대 정책을 바꾸고 판을 새롭게 짤 생각이 있다면 대화를 다시 할 수도 있다는 의도도 내비쳤다. 북미 핵협상의 판이 완전히 깬 것은 아니란 얘기다.

비건 대표는 방한 기간 중 새 외교안보팀과 만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양국이 전향적으로 논의하면 북미 대화의 물꼬를 다시 틀 계기는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가령 영변 핵시설 폐기 조건으로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북미 간 ‘스몰딜’의 추진도 못할 건 없다. 필요하다면 북한이 요구해온 한미 워킹그룹의 역할 축소 등도 논의할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양국이 머리를 맞대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라는 것이다.

북미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대북제재다. 미국은 비핵화 없이는 대북제재 완화도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게다가 미국의 대선이 불과 넉 달밖에 남지 않아 당장 남북 및 북미 간 관계에 획기적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대화의 길은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북한에 전달하고 그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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