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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시중통화 3000조, 넘쳐나는 돈 생산적 투자로 흘러가야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광의 통화량(M2)은 3018조원으로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었다. M2는 현금에 2년 미만 예·적금 등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이 포함돼 떠도는 부동자금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대응을 위해 기준금리가 잇따라 인하된 데다 대출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자 기업과 가계가 자금을 대거 확보하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4월에는 한 달 만에 M2가 34조원이나 늘어 증가폭으로는 월간 기준 최대였다.

문제는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는 점이다. 실제 통화량과 장기균형 통화량 격차를 뜻하는 실질머니갭률은 1분기에 8%대에 달했다. 시중 통화량이 적정 통화량보다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이 항목 통계 공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분기 만에 2%포인트나 급등할 정도로 단기에 시중에 많은 돈이 풀린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이란 예기치 않은 충격에 경기를 살리기 위한 유동성 확대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 무엇보다 시중에 넘쳐나는 돈이 부동산이나 증시 등으로만 흘러가고 있어 자산거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걱정스럽다. 실제로 요즘 가장 큰 이슈인 집값 급등의 근본에는 넘쳐나는 돈이 부동산 투기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물경기는 추락의 공포에 직면해 있는데, 증시는 활활 타오르고 있다. 올 들어 2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의 누적 거래대금은 2294조원으로 반년 만에 작년 전체 거래대금을 넘어섰다. 증시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었다. 경기는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데 ‘돈의 힘’이 증시를 밀어올리는 형국이다.

유동성이 투자와 소비보다 부동산과 증시에 몰리고 특히 버블이 우려될 정도로 부동산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도 큰 걱정거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생산적인 부문에는 자금이 돌지 않아 유동성 부족을 호소하는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이곳저곳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양산할 수도 있어 생산적인 투자로 흘러가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수익성 있는 민자사업을 발굴해 유동자금을 유도하거나 창업·벤처기업에 돈이 유입되도록 대책을 마련 중이다. 생산적인 곳으로 돈이 흘러가게 하려면 대기업의 벤처투자 규제 등 규제완화가 선행돼야 한다. 돈이 풀렸는데 투기심리만 기승을 부리면서 자산버블만 생기고 실물경제는 죽어가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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