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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각국 극찬했던 고려 나전합, 日서 귀환
국내 처음 자합 형태 나전국화넝쿨무늬합 보유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고려시대 예술을 대표하는 나전칠기 유물인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나전합)이 일본에 있다가 고국으로 귀환했다.

문화재청은 이 나전합은 모자합(母子盒, 하나의 큰 합 속에 여러 개 작은 합이 들어간 형태)의 자합(子盒) 중 하나로, 전 세계에 단 3점만이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매입 가능했던 개인 소장품인데,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전략적 협상을 통해 매입해 국립중앙박물관에 넘겼다고 2일 밝혔다.

일본에 있다가 매입방식으로 귀국한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

현재 고려 나전칠기는 전 세계에 불과 20여 점만이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며, 대부분은 미국과 일본의 주요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온전한 형태의 고려 나전칠기 유물을 단 2점만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돌아온 ’나전합‘이 추가되어 총 3점을 소장하게 되었다.

고려 나전칠기 생산국인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합 형태의 ‘나전합’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환수는 더욱 뜻 깊다고 문화재청은 의미를 부여했다.

환수된 ‘나전합’은 길이 10㎝ 남짓에 무게는 50g의 크기다. 영롱하게 빛나는 전복패와 온화한 색감의 대모(玳瑁, 바다거북 등껍질), 금속선을 이용한 치밀한 장식 등 고려 나전칠기 특유의 격조 높은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반영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뚜껑과 몸체에 반복되는 주요 무늬는 국화와 넝쿨무늬로, 손끝으로 집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작게 오려진 나전이 빈틈없이 빼곡하게 배치되며 유려한 무늬를 만들어내고 있다. 뚜껑 가운데의 큰 꽃무늬와 국화의 꽃술에는 고려 나전칠기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인 대모복채법(玳瑁伏彩法)이 사용되었으며, 뚜껑 테두리는 연주문(連珠文)으로 촘촘히 장식되었다. 또한, 금속선으로 넝쿨 줄기를 표현하고 두 줄을 꼬아 기물의 외곽선을 장식하는 등 다양한 문양 요소가 조화롭고 품격 있게 어우러져 있다.

대모복채법이란 바다거북의 등껍질인 대모를 얇게 갈아 투명하게 만든 판 안쪽에 안료를 칠하여 앞면에 비쳐보이도록 하는 기법이다. 연주문은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맨 듯 연결시켜 만든 문양을 말한다.

고려 나전칠기는 고려 중기 송나라 사절로 고려에 왔던 서긍이 지은 ‘고려도경(高麗圖經, 1123년, 인종 1년)’에 ‘극히 정교하고(極精巧, 극정교)’, ‘솜씨가 세밀하여 가히 귀하다(細密可貴, 세밀가귀)’라는 찬사를 받는 등 고려청자, 고려불화와 함께 고려의 미의식을 대표하는 최고의 미술공예품으로 손꼽혀 왔다.

한편, 문화재청은 유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제작방식과 사용 재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비교연구를 위한 기초자료 구축을 위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를 통해 이번 유물의 비파괴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나전합’은 전형적인 고려 나전칠기의 제작기법과 재료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무로 모양을 잡은 뒤 그 위에 천을 바르고 옻칠을 한 목심칠기(木心漆器)라는 점, 판재 안쪽 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넣고 부드럽게 꺾어 곡선형의 몸체를 만든 점, 몸체는 바닥판과 상판을 만든 후에 측벽을 붙여 제작된 점 등이 확인되었다.

이번에 환수한 ‘나전합’은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나전칠기-천년을 이어온 빛’에서 최초로 공개된 바 있다. 이번에 환수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관되어 올해 하반기에 특별전 ‘고대의 빛깔, 옻칠(2020.12.22~2021.3.7)’에서 온전한 우리의 것으로 14년 만에 다시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또한, 보고서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활용할 계획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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