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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일찍 터뜨린 샴페인…승리감에 취한 대한민국

6월에 찾아온 때이른 무더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여전히 기승이다. 한때 우수한 방역의 성공으로 주목받았던 우리나라의 위상은 연이은 확진자 소식에 빛이 바랜 지 오래다. K-방역을 앞세워 리쇼어링을 외칠 정도로 자신감 가득하던 정부의 결연한 의지도 이제는 머쓱해졌다.

상황이 이쯤 되니 샴페인을 지나치게 일찍 터뜨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혼신을 다해 코로나19와 싸우는 방역 당국 노고에도 불구하고, 한껏 고조된 자신감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일찍 터뜨린 샴페인 이야기를 꺼낸 건 코로나19의 방역 문제를 지적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최근 벌어지는 정부와 여당의 행보를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177석의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둔 여당엔 요즘 브레이크가 없어 보인다. 민의가 그들을 선택했다는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를 앞세워 무엇이든 감행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정부와 여당은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던 ‘공정경제’ 관련 법안들을 무더기 입법예고했다.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고,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려는 노조법 개정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들이 법안에 담기자 과반 의석을 훌쩍 뛰어넘는 거대 여당의 횡포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실제 상법 개정안에 담긴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도입하지 않은 전대미문의 법안으로 꼽힌다. 감사위원은 사내이사로도 등재돼 기업의 이사회 기능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도 제기된다.

기업들은 의아해한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속절없이 스러져 가는 시점에 굳이 규제 법안을 무더기로 쏟아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한 기업인은 과거 일감 몰아주기의 폐단 탓에 규제를 가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지만, 기업들의 필요에 의한 내부 거래마저 범죄로 몰아가는 것은 도를 넘어섰다 지적한다.

비단 기업 규제 법안뿐 아니다. 정부와 여당의 오만은 부동산 정책에서 정점을 찍는다. 6·15 부동산 대책은 좀처럼 제어되지 않는 시장에 신경질적인 짜증을 쏟아 내는 듯하다. 역설적이게도 정부 대책은 실수요자의 역차별을 부른다. 이번 대책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이들은 반드시 입주해야 한다. 역으로 현금이 넉넉한 이들은 거주 의무를 부여받지 않는다. 이번 대책을 바라보는 이들은 코로나19로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의 힘을 규제의 힘으로 이겨보려는 아집의 결과물로 이해한다.

잇따라 발의되는 법안이 정부와 여당이 지향하는 철학의 발로일 수 있다. 그리고 정부와 여당은 민주주의의 선거 절차를 통해 선택을 받았고, 결국 그들의 정책은 국민들의 요청이라 강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기상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신음하는 이때 기업과 시장을 거스르는 정책들을 쏟아냈어야만 했을까. 승리감에 도취돼 폭주했던 집단이 훗날 커다란 역풍을 맞는 건 역사의 진리였다. 지금은 소신과 철학보다는 현실을 차갑게 인식하는 냉철함이 더욱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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