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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 대구시의 여야 협치, 시도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게 경제부시장직을 제의한 것은 시도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리당략 이외엔 관심도 없는 정치권에서 인사독식은 당연한 일로 치부된다. 그런데도 시정의 핵심 요직을 상대당에 내놓겠다는 것은 파격과 참신함을 넘어서는 지자체 단위의 여야 협치 실험이란 의미를 지닌다. 꼭 성사돼 우리나라 지방자치사에서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한 협치의 모델로 자리잡길 기대한다. 안 그래도 중앙무대인 국회에선 반쪽 개원으로 협치는커녕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파국만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일부에선 권 시장의 제의를 고육책으로 폄하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코로나19의 충격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큰 곳이 대구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4·15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모두 낙선했다. 정부 및 여당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클 게 뻔 하니 중량급 야권 정치인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재선의 중량급 정치인에겐 가벼워 보이는 자리라거나 괜히 민주당에 판만 깔아주는 일이라는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권 시장도 정치적 고립의 돌파구란 말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나무일 뿐이다. 대구시 재난극복이란 더 거대한 숲을 봐야 한다. 특히 권 시장은 다음달로 예정된 조직 개편을 통해 정무 보좌진을 여권 인사로 채우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경제와 관련한 전권을 주겠다는 의사가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홍 전 의원의 반응도 기대감을 불러온다. 그는 “가시밭길이고 칼날 위에 선 기분이라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면서 “거절할 명분을 찾겠다”고 즉답을 미뤘다. 그러면서도 “대구의 처지를 생각하면 도망갈 길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수락을 염두에 둔 고민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마땅히 고민할 일이지만 대구를 위한 정치라는 큰 틀에서 보면 결론은 한 곳으로 모인다.

그동안 홍 전의원의 행보에는 정치적 이해타산을 넘어선 사례가 적지 않다. 그는 지난해 6월선거법 패스트트랙법으로 정국이 급격하게 경색되었을 때도 “지역발전에 여야가 어디 있느냐”며 경제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20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으로 지역 예산 확보에 큰 역할을 한 것도 그다. 대구시정에 도움이 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당리당략을 넘어 시정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족하다. 결과는 그 이후의 문제다. 그게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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