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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효율성과 회복탄력성

최소한의 자원을 투입해서 최대한의 결과물을 생산해 내는 능력을 나타내는 ‘효율성’이란 그 기원이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에 닿아 있을 정도로 오래된 개념이다. 효율성을 추구하려면 모든 낭비와 중복을 없애야 한다. 이에 비해 ‘회복탄력성’은 외부 충격을 견뎌내는 능력으로, 단전에 대비하여 보조전원을 마련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회복탄력성을 키우려면 여분의 자원과 역량을 혹시 모를 사태를 위해 보존해야 한다. 그런데 이 여분의 자원과 역량이란 게 바로 효율성이 없애려고 하는 낭비와 중복이기 때문에 효율성과 회복탄력성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수십년은 효율성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업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규모를 키워왔고 적시생산방식(JIT·just in time)이나 공급망의 글로벌화 등 효율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쓸면서 순식간에 무게중심이 회복탄력성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세계 유수 언론의 칼럼이나 컨설팅 회사들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모두 효율성만 추구해온 과거를 비판하며 회복탄력성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회복탄력성을 위해 조금 더 비용을 들여도 전체 시스템 차원을 위해서는 그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실제로 코로나가 진정되고 나면 일부 기업은 비용을 좀 들이더라도 회복탄력성을 염두에 두고 공급망이나 콜센터, 물류센터, 사무실 등을 재설계할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 코로나와 같은 글로벌 위기가 재발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글로벌 경쟁 시대에 회복탄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효율성만 극대화한 경쟁사가 나타나 동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저가에 고객에게 제공하여 회복탄력성을 도입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감소한다면, 언제 올지도 모를 위기에 대비하며 추가 비용이 드는 회복탄력성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경영진이 얼마나 있을까.

효율성과 회복탄력성을 충돌 관계로 보는 한 무게중심이 상황에 따라 이쪽저쪽으로 기우는 것을 막기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 사태 전에 대부분 기업이 회복탄력성에 대한 투자 없이 효율성만 극대화한 것은 회복탄력성의 중요성을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회복탄력성에 투자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지속 가능하게 해결하려면 회복탄력성을 비용 증가 없이 도입해야만 한다.

공급망의 경우 회복탄력성을 개선하려면 저임금 국가에서 본사나 지역 판매 거점으로 공급망을 옮겨야 할 것이다. 당연히 임금이 오르겠지만 협동 로봇의 도입을 통해 인건비 상승을 최소화하는 스마트 자동화가 가능하다. 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공급망 관리 또한 도움이 될 것이다. 물류센터나 콜센터 역시 거리두기나 전염병 예방을 위한 각종 장비와 설비 투자로 비용이 증가하겠지만 인공지능과 로봇 알고리즘을 통해 비용 감소가 가능하다.

코로나가 진정되고 본격적인 경제 회복이 시작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경영진은 지금 이 기간을 잘 활용해서 효율성과 회복탄력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상훈 전 ㈜두산 사장·물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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