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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비난하면 바로 조치, 대북전략엔 주권도 없나

최근 부쩍 심해진 북한의 대남 공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방식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비난하면 하는 족족 뭔가를 내놓는 모습이지만 떼쓰는 아이 달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덩치 큰 경찰이 성질 고약한 취객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꼴이다. 도대체 우리 정부의 대북전략엔 주권이란게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느닷없이 대북전단을 비난한 게 지난 4일이다. 그리고 일주일도 안돼 지난 9일엔 “대남 사업을 철저히 대적 사업으로 전환한다”면서 모든 남북 통신선을 전면 차단했다. 그사이 “죗값을 계산하겠다”느니 “친미사대”라느니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여당의 반응은 놀랍다. 청와대는 “대북전단 살포는 백해무익한 행동”이라고 받아줬고 민주당에선 전단살포를 제한하는 각각 다른 내용의 법안만 3건이나 발의됐다. 개정이든 신설이든 모두 북한으로 전단을 살포하려면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고 위반시 처벌은 강화하는 방향이다. 심지어 통일부는 10일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탈북민 단체 2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단체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이 정도면 일단 북한이 원하는 건 다 해주는 셈이다.

물론 대북관계를 안전하게 유지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과 입장을 전혀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금 북한은 트럼프와의 핵협상 실패와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무역 단절로 식량난을 비롯한 생활고가 심각하다. 북한 사회 내부의 불만을 가라앉힐 해결책이 없다. 전쟁을 할 수는 없으니 외부에 대한 적개심으로 긴장을 고조시켜야 한다. 그래야 통제가 쉽다. 그건 정치의 기본이다. 독재 전제주의국가에선 더욱 그렇다.

게다가 문제는 조금의 긴장완화도 없이 북한의 요구는 점점 거세질 게 분명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대응방식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북한에 끌려다니는 것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이미 그렇게 패를 다 보여준 채 카드게임을 하는 셈이다.

오히려 북한의 취약점을 대가로 약속을 얻어내야 할 일이다. 북한이 전단에 이토록 민감한 것은 유일하게 통제 불능한 체제, 인물 비판의 통로이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 확성기 비난전과 똑같다. 실제로 전단을 보고 탈북을 결심한 주민들은 한둘이 아니다.

지금 정부 여당이 하는 일은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것을 막아주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작은 양보나 약속하나 얻어내지 못하는 것은 전략 부재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으면 이제부터라도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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