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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예산 인력 줄인 질병관리청, 감염병사령탑 제대로 할까

정부가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 강화를 위해 질병관리본부(질본)를 보건복지부에서 독립된 청으로 승격하고 보건 분야 차관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3일 입법예고 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보듯 질본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명실상부한 감염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을 정도로 바른 방향이다. 청이 되면 독립된 중앙행정기관으로 예산 인사 등 조직관련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며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감염병 관련 정책 수립과 집행을 할 수 있다. 특히 질본이 전 세계가 칭찬하는 ‘K-방역’의 핵심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청 승격이후 기대가 크다. 게다가 초대 청장으로는 코로나19 위기에서 안팎으로 신망을 얻은 정은경 질본 본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는 점도 잘된 일이다.

하지만 입법예고안이 나오자 이런저런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청 승격 자체는 시의적절하지만 실제 내용을 뜯어보면 독립적인 감염병 사령탑 역할을 제대로 할지 걱정된다.

청으로 격상된다고 하는데 당장 인력이나 예산은 질본체재보다 오히려 줄어든다. 국립보건연구원 등 산하 주요기관이 보건복지부로 이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원이 907명에서 746명으로 161명이 감소된다. 예산 역시 8000억원에서 6000억원대로 축소돼 외형은 오히려 질본 시절보다 못하다. 반면 복지부는 차관 직위 1개를 추가해 복지와 보건 분야에 1명씩을 두는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면서 실리를 챙겼다는 얘기를 듣는다. 담당 차관자리가 복지부에 신설되면서 같은 차관급인 질병관리청장을 통제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나온다. 질병관리청이 신설돼도 어쨌든 복지부의 외청이어서 전반적인 분야는 복지부의 지휘 감독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력이 127명에 달하는 국립보건연구원이 보건복지부로 넘어간 것은 질본의 손발이 잘렸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이 치료제나 백신개발 협력을 위해서 질병관리청 산하에 있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 질병관리청은 축소되고 실속은 복지부가 챙겼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다.

현재 위기상황을 생각하고 청승격이 필요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국회는 정부조직개정안을 빨리 통과시키는 게 맞다. 하지만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국회는 심의과정에서 의료계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꼼꼼히 수렴해 명실상부한 독립적인 청 승격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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