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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 한은 비은행 대출은 안전장치가 아니라 필수 정책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사시에는 한은이 대출을 해주겠다”는 메시지다. 말이 검토 가능이지 필요하면 사실상 시행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틀리지 않는다.

결론부터 보면 한은의 이 같은 방침은 당연하지만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한은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민간이 발행한 채권의 매입을 금지하는 규정(한은법 제79조) 때문에 정부 보증이 없는 경우 시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정부와 재계는 물론 한은 내부에서조차 좀 더 적극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 회사채 만기는 마구 돌아오고 CP 발행은 막혔다. 심지어 증권사들은 증시가 폭락하자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 증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한 CP를 너도나도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자본시장의 신용경색이 코앞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이라는 카드로 입장선회의 출구전략을 찾아냈다. 규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금융기관이 아닌 자로서 금융업을 하는 자 등 영리기업에 여신할 수 있다’는 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개정된 한은법 80조다.

이번 한은 직접대출의 대상은 증권사다.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대상을 한정함으로써 특정 기업에 정부 보증 없이 한은이 직접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회사채나 CP를 소화해 금융경색의 숨통을 터주는 것이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충족시킨 셈이다. 이 총재가 “법에서 정한 한국은행의 권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은 안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로써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한은의 양적완화 정책은 큰 틀을 완성했다. 1차, 2차의 저지선도 어느정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량등급 회사채나 CP의 올해 만기도래분은 25조1000억원인데 이미 조성된 20조원의 채권안정펀드로 차환은 가능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문제는 10조원 이상이 되는 비우량등급의 물량인데 이 역시 산업·기은의 매입 프로그램으로 지원으로 급한 불은 끌 것으로 보인다.

타이밍의 적절성 논란은 불가피하지만 코로나19사태에서 통화정책만큼 큰 부작용 없이 선제적으로 진행되는 분야도 드물다. 한은의 증권사 대출이 안전장치로 끝나길 기대한다. 그러면 다행이고 그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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