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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팬데믹’이 낳은 또 다른 괴물 ‘인포데믹’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라는 우리 선조들의 충고는 아마도 현대의 ‘정보홍수사회’를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하다. 코로나19라는 ‘공포’가 겁에 질린 인간의 약한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이른바 가짜뉴스, 근거없는 정보로 불리는 ‘인포데믹(infodemic)’의 창궐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보’를 넘어 ‘괴담’으로 명명한 ‘인포데믹’은 ‘정보전염병’이란 뜻이다. 클린턴 정부 상무차관 출신의 데이비드 로스코프가 2003년 5월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사스 공포로 아시아 경제가 추락한 사례 등을 거론하면서 “인포데믹은 한번 발생하면 즉시 대륙을 건너 전염된다”며 처음 사용한 데서 유래됐다.

팬데믹 자체가 필연적으로 ‘공포’를 수반하기 때문에 ‘인포데믹’의 동시 발생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과없이 빠르게 퍼지는 잘못된 정보는 질병 자체보다는 국제경제, 정치, 안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감염병 자체보다 더 큰 사회적비용과 대가를 치러야 하고 수많은 사람의 현실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극명하게 ‘인포데믹’ 사례를 보여준 사건이 바로 50여명의 집단감염을 불러온 ‘성남 은혜의 강 교회 소금물 세척사건’이다. 방역당국이 이 교회의 예배 CCTV를 확인한 결과, 교회 예배당 입구에서 이 교회 신도인 서울 광진구 확진자 입에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리는 것이 확인됐고, 이 분무기를 소독하지 않은 채 다른 예배 참석자들의 입에 계속 뿌리는 모습도 확인됐다고 한다. 인포데믹이 교회를 바이러스 슈퍼전파 장소로 만든 셈이다.

경기도 남양주에는 40대 여성은 자신의 집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소독을 위해 메탄올(공업용알코올)을 물에 타 분무기로 가구와 이불 등에 10여차례 뿌려 실내에 찬 메탄올 증기를 마신 본인과 자녀가 복통, 구토, 어지럼증 등 급성 중독 증상을 보여 응급실로 이송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봐도 인포데믹의 사례는 많다. 역사적으로 보면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할 당시에도 ‘이교도가 흑사병의 원인이다’는 인포데믹이 퍼지며 마녀사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5년 메르스 때는 확인되지 않은 감염 명단과 감염자 신상정보가 온라인에 퍼져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또 SNS 등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높은 온도에서 금방 죽는다”, “뜨거운 물을 자주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 “비타민을 많이 섭취하면 예방이 된다” 등 진위불명의 정보들도 확산 중이다. 공포를 조장하는 정보도 난무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몸 밖에서 5일간 살 수 있고, 감염되면 바로 폐섬유화가 진행된다’는 식의 자극적인 정보는 또한 공포감을 조성해 공동체를 위협하고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준다.

인포데믹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해외 여행 기록이 없으면 증상이 있어도 검사해주지 않는 등과 같은 매뉴얼은 정부가 인포데믹에 빠진 사례이다. 지금은 지나친 안심도, 과도한 공포도 감염병 대응에 도움 되지 않는다. 모두가 정말 어렵고 힘든 시기이다. 정말 눈을 부릅뜨고 현명하게 난국을 이겨나가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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