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해 자가격리중인 사람들의 고통도 심화되고 있다. 자가격리자들은 2주간 강제격리로 인한 답답함과 불안감과 함께 본인의 이동동선으로 인해 혹시나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을 시키지 않았을까하는 죄책감까지 떠안고 있다.

자가격리자는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에게 내려지는 조치로 코로나19의 발병초기에는 확진환자의 유증상기 때 2m 이내 접촉이 이루어진 사람, 확진 환자가 폐쇄공간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침했을 때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 등을 역학조사관의 판단을 거쳐 밀접·일상 접촉자로 분류해 밀접접촉자만 자가격리조치를 했다. 하지만, 확진자가 증가하자 종래의 접촉자 구분을 없애고, 일괄 ‘접촉자’로 구분한 뒤 자가 격리 조치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의 공포가 확산되자 일부 자가격리자의 이기적인 일탈 행동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28일 광진구와 강동구에 따르면 이탈리아 밀라노를 다녀온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광진구 첫 확진자가 자가격리 권고를 어기고 강동구 암사동 일대를 1시간가량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로 출장을 다녀온 후 지난 26일 기침과 목 통증이 발생해 27일 광진구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은 후 같은 날 오후 10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환자는 “집에는 자신의 아내와 어린 딸이 있다”라는 이유로 자신의 자택이 아닌 강동구 암사동 부모님집으로 향한 후 1시간 가량을 암사동의 마트를 비롯해 음식점 3곳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에서는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하고 직장에서 근무를 했거나 병원 이송 거부, 역학조사 거짓진술 등을 한 5명이 경찰에 고발 조치됐다. 경찰에 고발된 5명은 간호사 3명과 간병보호사 1명, 무직 1명으로 이들과 관련된 밀접접촉자 다수가 자가격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29일 오전 확진 판정을 받은 21세 여성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보건소 직원에게 욕설을 하고 얼굴에 침을 뱉은 사건과 관련해 대구시는 경찰에 업정한 처벌을 요청했으며 현재 수사 중이다.

일탈행위자가 계속 나오자 정부의 자가격리자 관리실태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가 많아지고있다. 방역당국은 격리조치가 풀릴 때까지 보건소 직원 등 지자체 공무원들이 자가격리 판정을 받은 이들을 밀착 관리한다지만 오전·오후, 1일 2회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상태를 확인하고 자택을 불시방문해 자가격리자들이 관련 지침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 고작이다. 사실상 전화만 두 번 받고 불시방문만 피한다면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외출을 감행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의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했을때의 조치도 우리나라는 미약하다. 홍콩은 자가격리 명령을 위반하는 사람은 최고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고 대만 정부는 벌금을 약 4000만원까지 올리는 등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가격리를 위반해도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전부인 상황이다. 김태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