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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보고싶은 것만 보는 사회

법을 구성하는 핵심은 원칙과 정의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단체에 법치주의의 파수꾼 역할을 기대한다.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설립된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 역시 이러한 요청을 강하게 받고 있다. 실제로 법치주의가 흔들릴 때마다 대한변협은 성명 발표, 집회와 시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변호사는 변호사법에 따라 반드시 대한변협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 회원만 2만5000명이 넘다 보니 대한변협 안에도 다양한 이념을 가진 구성원이 있다. 진보와 보수 성향의 변호사 모임이 각각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과거 보수정권 하에서는 진보 성향의 변호사 모임이 정부를 비판하며 활발히 활동했다. 현재는 정부 성향상 보수적인 변호사 모임에서 정부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이념적으로 서로 다른 회원들이 소속돼 있기 때문에 요즘처럼 모든 것이 정치적으로 연결돼 편 가르기가 심한 상황에서는 대한변협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가 매우 어렵다. 성명을 발표하면 누구의 승낙을 받고 마음대로 발표하느냐고 공격한다. 반대로 이런 저런 고려 끝에 성명서를 발표하지 않으면 이번엔 왜 눈치를 보느냐고 비난한다.

내부적으로 여러 단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성명을 발표하지만, 언론에서는 필요한 부분만 인용해 보도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검찰 인사 등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사안은 물론이고, 북한 어부의 강제 북송처럼 순수한 인권 문제도 정치와 연결시켜 버린다. 부치지 못한 연애편지보다 발표하지 못한 성명서가 많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지금 우리는 모든 사회 현상을 정치와 연결해서 해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편이냐 아니냐가 중요할 뿐이다.

일부 언론 매체도 정치색이 분명하다. 제호를 보지 않고 헤드라인만 봐도 어느 언론사인지 거의 맞힐 정도다. 언론도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는 것 같다.

국민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듯하다. 기사에 대한 댓글을 보면 현재의 국민 갈등이 과연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런 갈등을 부추기는 데는 가짜뉴스가 한몫하고 있다. 자기 편이 아니면 무조건 악의적인 댓글을 단다. 파장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일단 글을 쓰고 엔터 키를 누른다. 그렇게 손을 떠난 가짜뉴스는 진실을 가리고 사회를 혼란에 빠트린다.

의회는 본래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의 갈등을 해소하라고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갈등의 근원지가 되고 있다. 갈등을 조장해 세를 결집한 후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으려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만 비난할 것이 아니다. 각종 단체나 개인도 이에 편승해 가짜뉴스를 만들고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많은 변호사는 아직까지 법치주의의 보루인 대한변협마저 정치판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세상은 목소리는 낮지만 합리적인 다수가 변화시켜 왔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회에서는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갈등 해소를 위해서라도 선거를 통해 목소리만 높은 이기적 소수에게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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